정치권에서 국내 석유회사들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의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유업계가 움찔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에도 휘발유·경유 등 기름값이 7주 연속 상승하는 등 부담이 계속되자 정치권에서 횡재세 도입 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진보당은 전날 논평을 통해 “기름값 폭등에 나 홀로 잔치, 정유업계 ‘횡재세’ 도입 시급하다”며 “국민은 고유가 상황에서 불로소득의 특수를 누리고 있는 정유업계에 대한 분노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머뭇거리지 말고 횡재세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횡재세는 정상 수준을 넘어서는 이익을 얻으면 그 초과분에 대해 일시적으로 매기는 소득세를 말한다.

해외에서는 횡재세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영국이 지난달부터 에너지기업에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했고, 미국도 석유회사에 추가로 21%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정유사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발언했고, 같은 당 김성환 정책위 의장은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사에 대한 ‘횡재세’ 도입이 거론되자 정유업계는 서둘러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되도록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대한석유협회는 전날 “정부의 민생물가 안정대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다음 달 1일부터 인하분을 즉각 반영해 공급하고, 직영주유소는 당일부터 즉시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유 4사와 석유대리점 543개로 구성된 석유유통협회와 전국 1만1000곳의 주유소를 회원사로 둔 주유소협회도 "정유사의 공급가격 하락분이 대리점과 주유소 판매 가격에 최대한 조속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업계는 최근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 손실로 다시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회계상의 이익’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4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4조766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조5079억원이나 늘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