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일 1306.3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311.00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는 2009년 7월 13일 1315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 역시 107.00포인트를 넘기는 등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지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유럽발 경기 침체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지시간 6일 기준 WTI는 배럴 당 100달러가 무너졌다. 유럽 내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급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나 되려 국제유가는 하락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국제유가가 하락했다는 점은 향후 경기침체로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여기에 6월 유로존 서비스업 구매관리지수(PMI)가 5월 5.61포인트에서 6월 53포인트로 크게 하락하면서 관광, 서비스업이 중심인 남부 유럽국가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무역수지 적자폭도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무역수지는 24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5월 대비 적자 규모가 7억6000만 달러 확대된 셈이다.
무역수지가 적자폭이 커질수록 달러 공급은 줄어들어 가치는 더욱 상승하게 된다. 여기에 글로벌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만큼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는 3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기면서 산업계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군을 중심으로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정유, 항공, 석화, 민자발전, 음식료 등의 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항공업계는 환율이 올랐을 때 직격탄을 맞는 대표적 업종이다. 치솟는 환율은 영업비용 증가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항공사는 유류비·항공기 대여료(리스비)·영공 통과료 등에 대해 달러 결제를 진행한다. 결과적으로 환율 상승이 이어지면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정유화학 기업들도 고환율 여파에 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환율 상승 국면에서 나프타 수입 가격 상승은 비용 부담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유업계 역시 원자재 가격의 영향이 커 최종 제품 가격을 온전히 결정하기 어려운 만큼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원유 가격 하락이 이익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식음료 업계는 원자재 가격상승분과 환율 상승 여파를 적극적으로 제품가 격에 반영하고 있다.
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영업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한국신용평가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디스플레이, 해운산업 등 수입대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환율 상승 시 영업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며 “지난 2021년 적자를 기록한 조선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익증가에 따른 이익률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수출 위주 기업 역시 원자재를 수입하는 입장이다. 원자재 수입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환율상승 효과가 상쇄된다는 분석도 있다.
고환율과 고물가 등 경제상황이 심상치않게 돌아가자 삼성전자를 비롯해 SK그룹, LG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최근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잇달아 열고 위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편 외환당국은 1300원을 마지노선으로 보는 분위기다. 지난 6월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기자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개입을 강화한 만큼 환율이 1400원을 넘기는 등 급격한 상승은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투자 김찬희 연구원은 “현재 원/달러 환율에는 유로존 경기 침체 우려가 선반영 돼 있다”며 “침체가 현실화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원/달러 추가 상승폭은 3%내외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