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본사 전경. 사진=동원그룹 
동원그룹 본사 전경. 사진=동원그룹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앞둔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가 붙게 됐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로부터 뭇매를 맞은 동원그룹이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중간지주사 격 계열사 동원산업의 합병 비율을 조정하기로 하면서다.

동원그룹은 상장사인 동원산업을 지주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시 동원산업이 계열사를 모두 지배하는 식으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된다. 동원산업 최대주주는 동원엔터프라이즈(지분 62.72%),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는 동원그룹 2세 김남정 부회장(지분 68.72%)이다.

동원산업은 지난달 7일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에서 동원산업은 합병비율과 합병가액을 산정하는 과정이 불합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은 “동원그룹이 동원산업 지분가치를 과소평가해 오너 일가에 유리하도록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고 반발했고, 동원그룹은 결국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합병 비율을 자산가치 기준으로 바꿨다.

이로써 자산 가치에 근거해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이 24만8961원에서 38만2140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은 1 대 3.84에서 1 대 2.70으로 변경됐다.

오는 10월 1일 합병이 마무리되면 기존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에 흡수되고,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지주사가 된다.

합병 이후 오너2세 김남정 부회장의 지배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은 2001년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해 지주사 체제를 확립했다. 2003년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설립해 금융그룹을 계열 분리한 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이끌고 있다.

김 명예회장 차남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최대주주로 동원그룹 최상위 지배주주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분은 김 부회장(68.27%)과 김재철 명예회장(24.5%) 등 오너 일가가 99.5%를 가지고 있다.

합병 이후에도 김남정 부회장은 동원산업 지분 43.15%를 들고 동원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게 된다. 합병 후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면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해져 김 부회장이 추진하는 2차 전지 등 신사업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재계에선 지분 승계 작업도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적인 승계를 위해 새로운 지주회사 체제 내에서 김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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