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본사 전경. 사진=동원그룹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해온 동원산업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 개인 투자자 및 기관 투자가들은 반대 뜻을 밝히고 있다.

지난 20일 동원산업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불만이 불거져 나오면서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합병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소액주주들은 "동원산업 평가액이 순자산가치 대신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평가돼 소액주주들이 손실을 봤다"고 반발했다.

21일에는 동원산업 주식을 보유한 몇몇 자산운용사와 기업지배구조 단체, 금융 전문 변호사들까지 가세했다. 합병비율이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산정됐다는 이유에서다.

비상장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김재철 회장이 24.5%,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68.3% 등 오너 일가가 99.6%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김재철 명예회장은 2004년 그룹을 동원금융과 동원산업으로 계열 분리하고, 동원금융은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에게, 동원산업은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에게 각각 맡겼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과 합병을 추진하기 위한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동원산업은 주당 액면가 5000원을 1000원으로 분할하는 액면분할도 결정했다. 합병과 액면분할을 반영한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종 합병 비율은 1 대 3.84다. 동원산업을 약 9000억원대로 평가하고 동원엔터프라이즈를 2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한 결과다. 합병 절차를 거치고 나면 동원산업이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단에 있는 사업지주회사가 된다.

문제는 상장사인 동원산업과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합병하면서 상장사인 동원산업의 가치는 낮게 평가하고,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는 높게 평가한 점이다.

현행법상 합병 때 회사 가치는 시가와 순자산가치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동원은 기준시가를 합병가액으로 정했다.

발표된 합병 비율대로면 동원산업 주주들의 지분율은 4.5%가 줄어 1250억원이 넘는 손해가 예상된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반면 이번 합병으로 김재철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5%넘게 상승해 1400억원 이상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동원산업 네이버 주주게시판은 소액 주주들의 성토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주주들 개 취급하고 욕심만 챙긴다", "합병목적이 뚜렷하지 않고 오로지 대주주만 유리하다", "자신의 이익이 곧 정의라고 여기는 집단", "합병 전 동원산업의 상승잠재력이 높았고, 미래 일반주주의 주가 상승 잠재력 이익을 대주주가 비상장 지주사를 우회상장으로 비싸게 합병하며 들어와 미리 뺏어가는 것" 등 다양한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동원그룹은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난감한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우회상장·증권신고서 심사 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합병 비율을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의사결정을 가속하려는 취지로 합병을 추진 중이며, 규정된 평가 방법에 따라 두 회사 모두 공정가치 기준을 시가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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