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증시 불안이 커지면서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연달아 기업공개를 취소하거나 공모가를 낮추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지난 6일 금융감독원에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SK쉴더스는 SK스퀘어 자회사로 ADT캡스를 흡수합병해 출범한 보안 전문기업이다.

SK쉴더스의 예상 기업가치는 조 단위로 이달 IPO 시장 대어로 꼽혔으나 증시에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SK쉴더스는 당초 200대 1을 웃도는 경쟁률을 예상했으나 수요조사 마감 직전 취소 물량이 나오면서 100대 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초반 희망 공모가 범위를 3만1000원~3만8800원으로 제시했던 SK쉴더스는 공모가가 2만원대 중후반, 희망 밴드 하단보다 낮은 수준으로 정해질 것이란 예측에 상장을 철회했다.

SK쉴더스 관계자는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돼 투자심리가 위축됐으며 이로 인해 상장을 철회하고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 추진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쉴더스 외에도 올해 상장을 철회한 기업은 현대엔지니어링, 대명에너지, 보로노이 등 3곳이다.

상장을 철회하진 않았지만 공모가를 크게 낮춰 증시에 입성한 기업도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IPO를 통해 신규상장한 기업 23곳 중 8곳이 공모가를 희망 밴드 하단 이하로 확정했다.

지난해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신규 상장한 기업은 89곳이고 이 중 17%에 육박하는 15곳이 ‘따상’을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 역시 치솟아 지난해 일반투자자 평균 경쟁률은 1136:로 2020년 평균인 956:1보다 18.8% 올랐다.

이에 상장을 앞둔 기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먼저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는 이날부터 기관 수요예측을 시작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증시 상황이 어려울 때 옥석이 가려진다”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큰 만큼 상장 계획을 쭉 밀고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스토어는 현재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김상돈 원스토어 CFO는 “공모자금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 진출 혹은 추가 성장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상장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원스토어의 공모 희망가는 주당 3만4300원~4만1700원으로 총 666만주를 공모한다. 가격이 최상단으로 결정될 경우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책정되는 셈이다.

지난 3월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촉구한 마켓컬리 역시 빠르면 오는 7월 코스피 입성을 마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만성적자와 대내외 환경 악화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외에도 올해 쏘카, 현대오일뱅크, 카카오모빌리티, CJ올리브영 등이 상장 계획을 밝혔으나 투자심리가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아 걱정 섞인 반응이 나온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시장 분위기로 보면 뚜렷한 거시 경제 개선이 없는 한 공모 시장에서 작년 같은 활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인플레이션과 경기 불안이 단시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선 비상장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분위기가 바뀌는 시점에 다시 상장을 추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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