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사진=KT)

KT가 통신사가 깨기 힘들던 영업이익률 5%의 벽을 완전히 깨부시고 있다. 이에 힘입어 주가 역시 꿈틀대는 모습이다. 구현모 대표이사가 취임한지 3년차를 맞이한 현재, 여러 신사업 추진과 내실 다지기 등으로 기업 체질이 건강하게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이익률 지난해 6.7% 이어 올 1분기 8% 육박...KT 기업가치의 재발견


21일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KT는 올해 1분기 6조2813억원의 매출과 4913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매출은 전년동기비 4.2%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0.6% 증가하는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7.8%를 기록하며 전분기비 2.2%, 전년동기비 0.4% 상승할 전망이다. 

최근 나오는 보고서는 증권가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T의 1분기 실적을 매출액 6조4000억원, 영업이익 5144억원, 영업이익률 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G 보급률 확대에 따른 무선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미디어·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디지코(Digico) 사업의 고성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모양새"라며 "기업가치가 재발견되는 구간에 본격 진입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통신사들은 영업이익률이 높을 것이란 선입견과는 달리 영업이익률이 5% 내외에서 정체해왔다. 국내 통신3사의 영업이익률이 글로벌 주요 통신업체들에 비해 낮은 이유로는 요금 규제로 인한 수익 저하, 경쟁 심화에 따른 휴대폰 지원금 등 마케팅비 과다 지출, 5G 인프라 투자비용 증가 등이 꼽힌다. 인구 감소로 내수시장 성장 가능성도 낮다.

하지만 KT는 지난해에 영업이익률 5% 벽을 완전히 뚫은 데 이어 올해에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KT는 지난해 23조8980억원의 매출과 1조67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보다 4.1%, 영업이익은 41.2%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7%로, 2019년 4.8%, 2020년 5%보다 확연히 높아졌다. 올해 1분기에는 7.8%를 기록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률을 찍었다. 현재 추진하는 신사업들이 본격적인 성과를 낸다면 통신사들에게 있어 꿈의 영업이익률인 10% 달성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됐다. 

회사 실적이 개선되면서 거의 10년간 정체했던 주가도 꿈틀대고 있다. 약 10년 전인 2012년 5월, KT 주가는 4만1250원을 기록하며 역대최고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 3월 말경 1만725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약 2년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2022년 4월 21일 현재 3만6000원대까지 오른 상황이다. 
 

KT 4월 21일 기준 지난 3년간 주가.(이미지=네이버증권 캡쳐)
KT 4월 21일 기준 지난 3년간 주가.(이미지=네이버증권 캡쳐)

취임 2년간 회사 체질 대폭 개선...비효율적인 인력구조 및 지배구조 개선 과제도


KT의 변화를 이끈 것은 대표 취임 3년차를 맞이한 구현모 대표이사다. 

구 대표는 기존 통신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KT그룹 조직 전반에 혁신 DNA를 전파하는 데 주력했다. 이런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디지코(DIGICO, 디지털 플랫폼 기업)'다. 구 대표는 2020년 3월 취임 이후 뚝심 있게 디지코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구 대표는 5G 보급률 확대에 따른 무선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디지코 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워왔다. 이른바 '탈통신 전략'이다. 

KT는 현재 비통신 매출 비중이 36%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오는 2025년까지 매출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KT는 개인 고객에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던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며 B2B(기업 간 거래), 디지털 플랫폼까지 서비스를 확장했다. 과거 통신 B2B 사업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리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현재 KT가 수주한 사업들의 65%는 디지털전환과 관련된 것들이다.

KT의 IPTV·콘텐츠와 AI·인터넷데이터센터(IDC)·클라우드(Cloud) 등 디지코 사업 매출은 지속 증가추세다. 지난 4월 1일엔 KT그룹의 클라우드·IDC 전문기업 KT클라우드가 공식 출범하기도 했다.  KT가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부 분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선 것이다. 

AI/DX 사업 부문에서는 AI통화비서, 서비스 로봇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AI통화비서는 AI컨택센터(AICC)처럼 소상공인을 대신해 고객 전화를 AI가 대신 받아주는 서비스다. IDC·Cloud 사업 부문에서는 글로벌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을 인수해 글로벌데이터 사업을 강화한다. 엡실론 인수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에서 글로벌데이터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구대표는 특히 로봇 사업을 신사업으로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구 대표는 "LG전자도 로봇을 만들고 삼성전자도 로봇을 만들고 있다, KT는 로봇 제조사와 협업해 로봇 사업을 진행하고 우리나라 로봇 생태계를 잘 만들어갈 수 있다"고 자부하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한 상태다. 

콘텐츠 사업 역량도 구 대표 취임 이후 대폭 커졌다. 올해 초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흩어져 있던 콘텐츠, 플랫폼 계열사들을 한 곳에 모아 미디어 역량을 결집시켰다. 스토리위즈, KT시즌, 지니뮤직, 미디어지니(구 현대미디어) 등이 KT스튜디오지니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KT스튜디오지니는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최근 CJ ENM 등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구 대표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주가를 부양시키려는 의도다. 구 대표는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의 전환에는 분명히 관심이 있다며 “KT 주가는 아직도 낮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 가치가 주가에 반영돼 있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T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면 향후 규제 회피 및 조직 슬림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핵심사원 위주로 사업이 개편되고 수익성 향상도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구 대표는 사업구조 체질전환과 함께 내실 다지기에도 힘써 왔다. 우선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걸어 잠궜다. 작년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21의 초기 공시지원금은 최대 50만원이었지만, 올해 출시된 갤럭시 S22는 최대 24만원으로 줄어든 것이 예다. 

KT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과감한 인력채용에도 나섰다. 지난 3월 구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3년간 1만2000명 규모의 대규모 신규채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구 대표에게도 남은 과제들이 아직 산적해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만큼 시간도 별로 없다. 가장 필요한 것은 방만한 조직과 비효율적인 비용구조의 교통정리다. 지난해 기준 SK텔레콤은 약 5000명이 별도 기준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KT는 2만1000명이 1조원의 영업이익을 버는 데 그쳤다. 구 대표가 자회사 분사 등 핵심사업 위주로 인력 교통정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인건비의 효율적 관리가 이뤄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도 구 대표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사진과 주주들, 외국인 투자자들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만큼 내년 3월 임기 만료 전까지 그룹 안팎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 이 밖에도 디지코를 포함한 여러 신사업들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구현모 대표라는 선장이 방향을 잘 설정하고 회사를 잘 이끌면서 기업체질이 바뀌며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하지만 경쟁사 대비 다소 방만한 비용구조를 가진 점은 지속된 약점으로 조직구조 개편은 필수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