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지주사를 서울에 설치하는 건으로 시끌시끌하다. 심상정 대선후보가 전국민이 보는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두번이나 포스코를 언급하며 이슈가 더욱 부각되는 모양새다. 포스코 지주회사가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려면 서울 본사에 설치하는 것이 당연한데 포항시와 시민단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치적 이슈로 활용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 지주사 서울설치 건으로 외압을 받고 있는 포스코의 처지와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움직임, 다른 기업사례를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포스코 지주사 서울설치 바로보가①] 대선토론에서 2번이나 언급된 포스코, 일각에선 "외압이 시작됐다"
[포스코 지주사 서울설치 바로보기②]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포스코...중심에는 이강덕 포항시장 등 지역 기관장들이

6월 임기 끝나는 이강덕 포항시장 적극적 반대 행보
광기와 분노가 포항을 집어삼키고 있다. 포항 시내 곳곳에는 포스코의 지주사 서울 설치를 비판하고, 반대하며, 회장 퇴진을 주장하는 현수막들로 가득차 있다. 처음 들어보는 포항 시민단체들이 앞다퉈 포스코를 비난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수장들은 포항, 대구, 경북 지방단체장과 정치인들이다.
포스코 본사가 포항인 만큼 국민의힘 소속 이강덕 포항시장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포항시장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된 데 이어,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포항시장 선거에 출마하여 재선에 성공했다.
이 시장이 본격적 반대행보를 보인 것은 1월 말경이다. 그는 포항시민 250여 명과 함께 지난 1월 28일 오전 서울 포스코 센터 앞에서 신설 포스코 지주사의 서울 입지를 규탄하는 집회행사에 참가했다.
이 시장은 2월 10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후 ‘대통령님께 포항시민이 드리는 건의문’을 청와대에 전달했으며, 이어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만나 관련 사항을 건의했다. 포항시에는 포스코 지주사 전환 관련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10일 전담T/F 회의를 개최해 전담조직을 설치했다.

이 시장은 지난 2월 11일엔 김부겸 국무총리를 찾아가 면담했다. 그는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상생에 역행하는 포스코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방 소멸 및 수도권 집중 심화에 대한 위기상황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산자부 등 관계기관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조정 방안을 강구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은 22일엔 포스코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의 포스코 물적분할 찬성결정에 대해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한 답변을 듣기 위해 김용진 국민연금공단이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국민연금공단에 발송했다. 국민연금공단은, 포스코의 최대주주로서 지난 1월 포스코의 물적분할 결정에 찬성한 바 있다.
1월 말경엔 ‘포스코지주사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도 만들어졌다. 이 위원회는 이강덕 시장이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체는 이 시장과 함께 CEO 사퇴 요구 목소리를 높이면서 자체적으로 공익 제보까지 받으며 포스코를 압박하고 있다. 지주사 서울 설치와 관계없는 내용이라도 제보를 받아 공격하겠단 심산이다.
포스코 지주사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10일~22일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립 반대 서명 39만명분을 받아냈다. 이들은 오는 28일 오후 2시 포스코 포항 본사 앞에서 CEO 퇴출을 요구하는 법시민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예고한 상황이다.
이 시장은 2014년부터 포항시장 1선, 2선에 성공했고, 이제 3선에 도전하는 정치인이다. 그리고 지방선거가 열리는 오는 6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3선에 도전하는 만큼 강력한 모멘텀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그 모멘텀을 포스코 지주사 서울설치로 본다.
이 시장이 본격적으로 포스코 지주사 서울설치 반대 움직임을 보인 것은 지난 1월 3일 이후다. 공식적으로 포항시장 3선 도전의사를 밝히면서다.
포스코가 지주사 설립계획을 밝힌 것은 이보다 한달 전인 12월 초다. 뒤이어 임시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전환이 의결됐고, 올해 1월 4일엔 포스코가 그룹 미래 신성장사업을 위한 R&D(연구개발) 컨트롤타워 '미래기술연구원'을 서울에 개원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당시엔 조용하다가 1월 말이 되어서야 포스코 지주사 반대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뒷북 대응' 논란과 함께 포항시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해 정치적으로 포스코 지주사 서울설치 문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 김병욱 의원도 반대운동 주도

이강덕 포항시장 뿐만 아니라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반대 움직임에 앞장서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월 26일 포스코 지주회사의 수도권 이전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포스코 지주회사의 수도권 이전은 국가와 지방이 모두 공멸하는 시대 역행적 발상”이라며 “포스코 지주회사는 경북도의 동반자로서 반드시 지역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 18일 경북대에서 열린 지자체와 대학간 협력 행사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홍원화 경북대 총장 등에게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치 문제를 대구와 경북이 함께 해결할 것을 제안했고, 권 시장 등은 공동대응을 약속했다.
이후 권영진 대구시장은 21일 영상회의로 열린 간부회의에서 “포스코 홀딩스 본사 서울 설치와 미래기술연구원 수도권 설립은 포스코 본사를 사실상 서울로 옮기려는 꼼수”라며 “대구·경북이 결연한 의지로 이를 막는 데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도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포항남.울릉군)은 최근 "포스코 직원도 지주사 서울 설립을 반대한다"며 "포스코가 지주사(포스코홀딩스) 본사 서울 설립을 두고 강제로 직원 개개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통제하며 포항 시민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김 의원은 15일부터 ‘포스코홀딩스 본사 포항 설립’을 요구하며 천막 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포스코를 비판하는 내용은 비슷하다. 포스코 지주사의 서울 설치는 지난 53년간 희생을 감내하며 포스코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온 포항시민과 대구·경북 시·도민들에 대한 배신행위일 뿐 아니라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시대정신에도 역행하는 처사인만큼 무조건 지주사를 포항에 설치하라는 것이다.
포항시민이 듣기에 그럴싸한 얘기다.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극히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6월 지방선거까지 4달이 남았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정치인 입장에서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치를 막지 못하더라도 이런 반대움직임 하나하나가 지역시민들에게 '투사'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최정우 회장이 "포스코 본사는 계속 포항에 있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전국 각지에 있는 사업들과 계열사들의 컨트롤 타워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주사 본사를 서울에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를 아무리 해도 먹히지 않는 지경까지 왔다. "세수가 줄어들지 않고 포항 투자 역시 지속된다"고 해도 통하지 않는다. 국민기업 포스코가 포항을 버리고, 서울로 간다는 프레임이 단단히 짜여져 버렸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스스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주사 본사를 서울에 설치하는 것이고, 포항에 사업회사 본사는 그대로 둔다는데도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총동원해서 이토록 반대하는 것은 보기 드물다"며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이 기업 경영 간섭과 떼쓰기가 이미 수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또 "지역이기주의를 국가균형발전으로 포장해 정치에 악용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