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이스크림 가격이 올랐던 이유는 원자재 가격상승 때문이 아니었다. 롯데와 빙그레, 해태 등 주요 제조·판매업체들이 수년 동안 아이스크림 판매, 납품 가격을 담합한 게 원인이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 및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을 담합한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 5개 빙과류 제조·판매사업자에게 과징금 총 135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받은 곳은 빙그레다. 빙그레는 과징금 388억3800만원을 부과받았다.

해태제과식품도 244억8800만원, 롯데제과 244억6500만원, 롯데푸드 237억4400만원, 롯데지주는 235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법 위반 점수 및 과거 위반 전력을 고려해 빙그레와 롯데푸드는 검찰 고발까지 당했다.

이들 기업은 아이스크림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지만 약 4년 동안 은밀하게 담합을 진행해 왔다.

4개 기업이 담합한 배경은 소매점 감소와 납품 가격 하락 등으로 매출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시판채널에서는 소매점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소매점에게 높은 지원율을 제시함에 따라 납품 가격이 하락했고 유통채널 역시 할인, 덤 증정 등 대형 유통업체가 실시하는 판촉 행사에 지속 참여하다 보니 가격이 하락한 상황이었다.

이에 2016년 2월 영업 전반에 대해 서로 협력하자는 기본합의가 담합의 시작이었다.

이후 경쟁사 소매점 침탈 금지 합의를 시작으로 소매점·대리점 대상 지원율 상한 제한 합의, 편의점·SSM·대형마트 등 유통업체 대상 납품가격 및 판매가격 인상 합의 등 영업 전반으로 담합이 확대됐다.

소매점 침탈 금지란 제조사가 각자 거래하는 소매점에 대한 영업권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즉, 거래 중인 소매점에 대해 다른 회사가 자기 거래처로 만들기 위한 경쟁을 하지 않겠단 합의다.

만약 어느 사업자가 합의에 반해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에 낮은 납품가격을 제시해 자신의 거래처로 전환시키면 그 사업자는 자신의 기존 소매점을 경쟁사에게 제공했다.

실제 빙그레가 드림, 태화, 코코 등 롯데제과의 소매점을 침탈했고 그 보상으로 기존 거래처 중 미래마트를 롯데제과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경쟁사 간 소매점 침탈 개수가 719개에서 2019년 29개로 급감한 배경도 이와 같은 합의로 인해 영업 경쟁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은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첫인상 제품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튜브류로 정했다.

2017년 4월 롯데푸드와 해태제과식품은 거북알, 빠삐코, 폴라포, 탱크보이 등 튜브류 제품의 가격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키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2018년 1월에는 4개 제조사가 티코, 구구크러스터, 투게더, 호두마루홈 등 홈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할인 없이 4500원으로 정찰제를 도입했다.

2018년 10월에도 월드콘, 구구콘, 부라보콘 등 콘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했다.

2019년 8월에는 제조4사 유통채널 담당 팀장들이 만나 대형마트 할인점에 대해 모든 아이스크림의 판매가격, 납품가격을 20% 인상하자고 합의했다.

이밖에도 롯데제과, 롯데푸드, 해태제과식품이 콘류 제품 가격을 먼저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인상하고 빙그레는 샌드류 제품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인상하면 롯데제과, 롯데푸드, 해태제과식품이 가을경에 샌드류를 출시할 때 1800원으로 인상하는 식으로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주도했다.

대기업이 발주한 입찰에서도 제조사들은 나눠먹기식 담합을 시도했다. 현대자동차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실시한 4차례 아이스크림 구매 입찰에서 롯데푸드, 빙그레, 롯데제과는 낙찰 순번을 합의해 총 14억원의 상당의 아이스크림을 납품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우리나라 대표 국민 간식인 아이스크림의 가격상승을 초래한 다양한 형태의 담합을 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식품 등 먹거리 분야와 생필품 등 국민 생활 밀접분야에서 물가상승 또는 국민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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