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형지가 대리점에 운송 비용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갑질을 한 내용이 드러나 과징금을 물게 됐다. 형지그룹 오너 2세가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패션그룹형지는 크로커다일레이디·샤트렌·올리비아하슬러·캐리스노트, 예작·본, 골프웨어 까스텔바작 등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6일 대리점 거래 공정화법을 위반한 패션그룹형지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 1200만원을 부과했다. 

2014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대리점에서 보관하고 있는 의류 상품을 판매율이 높은 다른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운송비를 대리점이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형지의 대리점은 점주가 점포를 보유한 ‘일반대리점’, 본사가 점포를 소유하고 판매만 대행하는 ‘판매위탁 대리점’, 형지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대리점’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번 공정위 조사 대상은 판매위탁 대리점이었다.  

이 가운데 판매위탁 대리점은 패션그룹형지가 이용한 전문운송업체에 매달 약 6만 3500원의 운송비를 직접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내용은 공정위가 2019년 의류업체현장 점검에 나서면서 드러났다.

공정위에서 파악한 형지그룹의 판매대행 대리점 수는 연간 180여개에 달한다. 매달 6만 3500원의 운송비로 단순 계산했을 때 1개의 판매대행 대리점이 6년간 부담한 금액은 약 457만원 수준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급업자의 필요에 의해 발생하는 운송비용을 대리점에 부담시키는 행위는 공정거래법과 대리점법상 불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형지 측은 운송비를 매장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운영한 것이란 입장이다.  

형지그룹 관계자는 “일반대리점의 경우 운송비를 본사와 대리점이 5대 5로 부담했고 백화점 등 직영 매장은 100% 운송비를 부담했는데 이는 유통업계 관행이었다”며 “그러나 공정위의 지적에 따라 현재의 관행을 개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형지는 과거에도 상품권 강매 등 갑질 문제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지난 2013년 고객이 반품 요청한 물건을 협력업체에 떠넘기고 납품가가 아닌 소비자 판매가를 청구해 논란이 됐다. 

당시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는 형지가 2012년 초 자사의 모든 의류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류상품권을 발매하면서 상품권 구입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고 실태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형지는 협력업체에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패션그룹형지는 2세 경영을 활기차게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년 초부터 부담을 안고 한해를 시작하게 됐다. 형지는 오너 2세 경영인들을 핵심 계열사 수장 자리에 전진 배치한 상태다.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병오 회장의 장녀 최혜원 형지 I&C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고, 최 회장의 장남인 최준호 까스텔바작 사장은 형지엘리트 사장까지 겸직하게 됐다. 

이번 사건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계속된 만큼 그동안 회사의 요직에서 근무해온 2세들의 책임도 무관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너 2세들이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대리점 운송비용 갑질 논란이 불거진 만큼 사태 진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형지그룹 관계자는 “형지는 대리점과 동행하면서 성장해온 패션기업으로 앞으로도 매장의 권익 증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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