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커그룹 올해의 최우수 신인사원상을 수상한 가상인간 추이샤오판. (사진=sixth tone)
완커그룹 올해의 최우수 신인사원상을 수상한 가상인간 추이샤오판. (사진=sixth tone)

최근 중국에서는 한 기업에서 ‘올해의 최우수 신인사원상’을 받은 여성 직원에 관심이 집중됐다. 해당 여성이 다름 아닌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완커그룹은 '올해의 최우수 신입사원'으로 추이샤오판을 선정했다. 

추이샤오판은 지난해 2월 1일 탄생한 가상인간으로 완커그룹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추이샤오판은 시스템 알고리즘을 활용한 다양한 미수금 및 연체 알림, 비정상적 작업 감지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인간이 일반 기업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AI가 산업계 노동 혁신을 이끌 혁명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가상인간이 뜨고 있다. 로지·루시·수아·한유아·래아 등 이름이 알려지며 성과를 내고 있는 가상인간은 모두 여성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로지·루시·수아·한유아·래아 등 광고, TV홈쇼핑, 가수, 패션 등 전방위 활약 


인플루언서로 종횡무진 활동 중인 가상인간 '로지'(사진 가운데. 광고화면 캡쳐)
인플루언서로 종횡무진 활동 중인 가상인간 '로지'(사진 가운데. 광고화면 캡쳐)

최근 가장 먼저 등장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상인간 대표주자로 '로지'를 꼽을 수 있다. 22살 가상인간 로지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선보인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로 지난 2020년 국내 최초로 등장했다. 처음엔 자신이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을 박히지 않았지만 등장 후 4개월 만에 가상인간임을 밝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1만4000명에 이를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피부결, 솜털까지 표현될 정도로 정교한 외형을 갖춘 그녀는 지난해 신한라이프의 TV 광고에 등장해 아이돌 가수 못지 않은 춤 실력으로 주목 받았다. 로지는 금융, 편의점, 건강기능식품 등 핫한 광고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1년간 100곳이 넘는 각종 광고에 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쇼호스트로도 활동하는 가상인간 '루시'(사진=롯데홈쇼핑)
쇼호스트로도 활동하는 가상인간 '루시'(사진=롯데홈쇼핑)

TV홈쇼핑 분야에서는 쇼호스트로 활약하는 가상인간도 출현했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개발한 가상모델 ‘루시’를 쇼호스트로 선보이고 있다. 루시는 롯데홈쇼핑이 메타버스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2월 처음 선보인 가상인간이다. 루시는 지난해 12월 롯데홈쇼핑 방송에 산타 복장으로 출연해 크리스마스 특집전 판매 예정 상품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홈쇼핑은 앞으로 TV, 모바일 등 기존 플랫폼을 비롯해 기획 중인 메타버스 쇼핑 환경에서 ‘루시’를 보다 현실감 있는 모습으로 고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SK스퀘어의 대규모 투자까지 이끌어낸 가상인간 '수아'.(사진=SK텔레콤)
SK스퀘어의 대규모 투자까지 이끌어낸 가상인간 '수아'.(사진=SK텔레콤)

지난 2020년 카카오게임즈 산하 넵튠의 자회사인 온마인드를 통해 탄생한 가상인간 '수아'는 무려 SK그룹의 대규모 투자까지 이끌어냈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에서 분할 투자전문회사로 출범한 SK스퀘어는 첫 투자처로 온마인드를 선택하고 8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40%를 확보했다. SK스퀘어는 디지털휴먼 셀럽을 만들어 인기 아티스트로 육성하는 사업을 펼칠 방침이다. 

최근에는 가상인간에 관심이 많은 SK그룹이 피겨여왕 김연아, 배우 전지현, 가수 설현 등 당대 톱스타들이 거쳐간 SK텔레콤 홍보모델로 가상인간 '수아'를 낙점할 것이란 소문도 들린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활동을 즐겨하는 수아는 춤, 노래, 게임을 즐겨하며 패션과 모빌리티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해 6월에는 유니티코리아와 광고 모델 계약을 맺었고, SK텔레콤 홍보모델 얘기가 나오는 등 향후 눈부신 활약이 기대된다. 

래아(왼쪽) 가수 윤종신(오른쪽)과 손잡고 가수까지 데뷔한다. (사진=LG전자)
래아(왼쪽) 가수 윤종신(오른쪽)과 손잡고 가수까지 데뷔한다. (사진=LG전자)

전자업계에서 나온 가상인간은 '래아'다. 래아는 LG전자가 개발한 가상인간으로 지난해 'CES 2021'에서 처음 공개됐다. LG전자가 모션 캡처 작업과 딥러닝 기술, 자연어 학습 등을 통해 목소리를 입히고 움직임을 구현했다. 이름 '래아'(來兒)는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이다.

LG전자는 이 가상 인물에 여러가지 서사도 부여했다. 서울에서 지내는 23세 여성으로, 음악을 만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다.

래아는 정식 가수로 데뷔까지 한다. LG전자는 최근 윤종신과 조규찬이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연예기획사 미스틱스토리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현재 자작곡을 준비 중이며 올해 래아의 데뷔앨범이 나올 예정이다. 

LG전자는 향후 김래아를 통해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홍보와 비대면 마케팅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향후 인지도가 높아지면 광고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이 기대된다. 

가상인간 '한유아' 패션매거진 화보.(사진=인스타그램)
가상인간 '한유아' 패션매거진 화보.(사진=인스타그램)

게임업계에서도 가상인간이 나왔다. 한유아는 스마일게이트가 자이언트스텝과 손잡고 탄생시킨 가상인간이다. 자이언트스텝은 한유아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얻자 최근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로부터 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에 ‘방시혁이 꽂힌 가상인간’이란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는 한유아가 최근 촬영한 패션 매거진 화보를 공개했다. 이번 화보 컨셉은 '지구와 꽃 피운 첫 교감'이다. 한유아의 다양한 매력을 엿볼 수 있다고 사측은 밝혔다. 한유아는 이번 화보 촬영을 기점으로 음악, 연기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아티스트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오는 2월 말 음원 발매를 앞두고 가수로 나설 채비도 마쳤다. 


가상인간 인기 이유는 SNS 존재...기업 입장에서도 장점 많아


가상인간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역시 SNS의 존재 때문이다. 가상인간들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활발히 팬들과 소통한다. 진짜 연예인들 역시 SNS를 통해 접하지, 직접 만나지는 못한다. SNS에서 가상인간들이 답글까지 달며 팬들과 소통이 가능해지자 사람들이 이를 진짜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강남 성형외과들이 로지 캐릭터 SNS에 협찬을 해 주겠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가상인간이 기업입장에서도 인기를 끄는 것은 음주운전, 폭행, 학교폭력, 연애, 가정사 등 스캔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로인데다, 기업들 입장에서 인간 모델을 굳이 비싼 모델료를 줘가며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광고주 입맛에 맞게 구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상인간 모델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영역이 광고·홍보·연예 부문인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10억원을 웃도는 유명 연예인의 모델료와 비교했을 때 가상 인플루언서는 몇천만원 수준에서 개발할 수 있어 가성비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현재 가상인간들은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회사 측이 의도적으로 만드는 작품들 속에서만 활약이 가능하다. 가상인간에 인공지능 대화형 커뮤니케이션을 기능을 부여할 수는 있지만 회사 측에서는 막대한 돈을 들여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통해 가상인간 스스로 노래를 부를 수는 있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래아는 진짜 사람이 불렀던 사이버 가수 아담과 달리 본인이 노래를 부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AI가 보다 발전하게 되면 자신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가상인간도 속속 출현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이런 가상인간들이 현재 광고, 쇼핑, 연예 등 한정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향후 산업 전반 확대 가능성에 주목한다. 앵커, 은행원, 상담원, 기상캐스터, 강사 등 다양한 분야로 가상인간들이 활동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본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인간들은 아직 보여주기식 전초전에 불과한 것으로 사람들에게 (가상인간이) 익숙해지는 단계로써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향후 다양한 산업영역에 AI를 탑재한 가상인간들이 진짜 인간들의 노동력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담' 실패 이후 남성 가상인간은 제작 꺼려...여성이 표현영역 넓고 친근한 점 부각


로지, 루시, 수아, 한유아, 래아 등 현재 뜨는 가상인간은 모두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LA에 사는 릴 미켈라, 일본계인 이마(Imma), 흑인 슈퍼모델 슈두(Shudu), 금발 뮤지션 버뮤다 등 가상인간들은 모두 여성에 집중된다. 

한국 최초의 가상인간으로 볼 수 있는 인물은 '아담'이다.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이 데뷔해 20만여장의 앨범 판매를 기록했지만, 기술과 인력 투입의 한계로 활동을 지속하지 못했다. 아담은 남성이었다. 하지만 20년 이상이 지는 지금 가상인간 인기시대에서 남성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아예 개발사들이 남성 가상인간 제작을 꺼리는 경향 마저 보인다. 

가상인간 '우주'. 최근 등장한 남성 가상인간이지만 여성 가상인간들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사진=인스타그램)
가상인간 '우주'. 최근 등장한 남성 가상인간이지만 여성 가상인간들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사진=인스타그램)

한국에서 최근에 남성 가상인간이 출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딥러닝 영상생성기업 클레온은 남성형 가상인간 ‘우주’를 공개했다. 2001년생 우주는 카멜로 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취미는 운동과 등산, 독서, 베이킹이다. 그룹 아스트로 멤버 차은우를 쏙 닮은 남성 가상인간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패션·음식료·뷰티·리빙 등 기업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산업 대부분이 여성에게 소구력이 높고, 이것들을 홍보하려면 여성 가상인간의 활용도가 남성 가상인간보다 높다고 분석한다.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외모의 가상인간을 표현하는 것도 여성 가상인간이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여성 가상인간이 보다 뷰티, 패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표현하고 광고할 만한 영역히 넓은 데다 소비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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