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지난 1년간 SK이노베이션, 삼성SDI, LG화학 등 배터리 3사 주식 515만주를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년간 높은 상승폭을 이어온 배터리 3사가 배터리 화재나 분사 이슈 등으로 주식시장에서 힘을 못쓰고 있는 점을 반영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6월 말 기준 배터리 3사 주식을 1903만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19만주에서 515만주가 줄어든 수치다. 국민연금이 1년 새 배터리 3사 주식을 515만주나 매각한 것이다. 보유하고 있던 지분율도 각 사별로 0.9%에서 3.2%까지 하락했다. 

업체별로 보면 국민연금의 SK이노베이션 주식수는 2020년 6월 1047만주에서 올해 6월 744만주로 302만주로 줄었다. 지분율도 작년 6월 11.3%에서 8.05%로 3.25%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연금은 배터리 3사 중 SK이노베이션 주식을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삼성SDI 주식 수는 작년 6월 669만 주에서 올해 6월 604만주로 64만주 줄었다. 국민연금의 삼성SDI 지분율은 지난해 6월 9.7%에서 올해 6월 8.8%로 0.93% 떨어졌다. 국민연금은 배터리 3사 중 삼성SDI 주식을 가장 적게 매도했다. 

LG화학의 주식수는 지난해 6월 702만주에서 올해 6월 554만주로 148만주 감소했다. 지분율도 9.96%에서 7.86%로 하락했다. 

주식시장 '큰 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은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하더라도 배터리 3사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그랬던 국민연금이 배터리 3사 주식을 1년동안 연이어 매각에 나선 것은 잇단 전기차 화재로 인한 리콜 쇼크와 배터리 사업부 분할 이슈 등 악재를 반영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LG화학의 주가는 전기차 시장 성장 전망에 힘입어 올해 1월 14일 105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9월 23일 오전 기준 72만4000원까지 무려 44.8%나 빠진 상태다. 

LG화학의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 EV’에서 잇단 화재로 대규모 리콜이 결정됐다. 볼트 EV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을 LG전자가 모듈로 조립한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들어간 현대차 코나 EV에 이어 GM 볼트 EV까지 리콜이 이어지면서 LG화학의 주가는 최근 한 달 사이 20% 넘게 하락했다. LG화학은 첫번째 리콜에 대해 이미 2분기 실적에 91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 바 있다.

아직 GM과 LG 간의 분담률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일단 동일한 비율을 가정하면 추가로 1138억원이 늘어나게 된다. 이같은 우려로 GM의 볼트 EV 리콜 소식이 전해진 지난 8월 23일 LG화학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7조원 넘게 증발했다. 비록 국민연금이 최근 1년간 LG화학 주식을 많이 처분하기는 했지만 국민연금의 국내 탑 10 투자종목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권을 기록 중이다. 

LG화학에 이어 배터리 사업 분할에 나선 SK이노베이션도 분할 관련 우려로 주가가 빠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올해 2월 3일 32만7500원이었지만 9월 23일 오전 기준 24만1500원에 거래되며 35.6% 하락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9월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을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특히 2대 주주로 있는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의 사업 분할 안건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 LG화학에 비해 삼성 SDI 주식을 가장 적게 매도했다. 화재 건으로 별다른 이슈가 없었고, 분할 관련 이슈에 있어서도 회사가 적극적으로 아니라고 부정한 것이 영향을 끼친 모양새다. 삼성SDI 주가는 올해 8월 82만8000원까지 지속 상승해왔고, 9월 23일 기준 73만4000원까지 떨어졌지만 다른 업체들 대비 주가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같은 국민연금의 지난 1년간 배터리 3사 주식 매도는 위험 분산과 안정적 기금 운용 측면에서 주효했다는 평가다. 2021년도 1월부터 6월까지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를 통해 15.59%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배터리 3사 주가가 급등했던 2020년 적극 매수에 나선 것과 달리 2021년에는 적극 매도하는 등 정 반대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지속되고 있는 화재로 안정성 우려와 배터리 사업부 분할 등의 이슈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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