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충남 대산에 조단위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고, 구미형 일자리 협약을 맺고 신공장을 건설하는 등 국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다른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투자에 열중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LG화학은 지난 8월 19일 2028년까지 총 2조6000억원을 들여 충남 대산공장에 생분해성 PABT 및 태양광 필름용 POE 등 총 10개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PBAT(Poly 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는 농업용·일회용 필름 등에 사용되며, 자연에서 산소, 열, 빛과 효소 반응으로 빠르게 분해되는 제품이다. POE(Poly Olefin Elastomer)는 LG화학 고유의 메탈로센 촉매를 사용해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진 고부가 합성수지. 태양광 필름, 자동차용 범퍼 소재, 신발의 충격 흡수층, 전선 케이블 피복재 등에 사용된다.
LG화학은 올해 PBAT 및 POE 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대산사업장을 2028년까지 바이오 기반 원료 생산부터 친환경 소재, 폐플라스틱 재활용, 온실가스 저감 등 ESG 기반 사업의 메카로 육성할 계획이다.
연내 착공되는 PBAT 공장은 연산 5만톤, POE 공장은 연산 10만톤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며, 두 공장 모두 2024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한다. 이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는 연간 약 4700억원 이상으로 기대된다.
이번 투자로 예상되는 직접 고용 창출 효과는 약 400명이다. 2조6000억원이라는 투자규모를 보면 400명은 고용 창출 효과가 너무 적다고 볼 수 있지만 자동화 프로세스로 공장운영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는 석유화학 업종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산공장이 LG화학의 계획대로 ESG기반 사업의 메카가 된다면 수많은 협력업체 고용 유발 효과와 주변 상권이 활성화 되며 충남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직접 고용 뿐만이 아닌 협력사 등 간접 고용까지 감안하면 수천명의 일자리 창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꽤 오랜 시간 질질 끌어온 구미형 일자리 사업도 마침표를 찍었다. LG화학은 오는 12월 상생형 구미 일자리 사업으로 추진중인 연산 6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구미형 일자리 사업은 노사민정 협약 후 1년 7개월 동안 사업이 정체된 바 있다. LG화학은 코로나19 사태로 투자가 지연됐지만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고 연내 착공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LG화학은 구미 5 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서는 양극재 공장 건설에 필요한 부지를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요구 대지는 애초 6만6000㎡에서 3만3000㎡ 늘어난 9만9000㎡(3만평)로 파악된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추가부지 제공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생형 구미 일자리사업은 LG화학이 구미 국가 5 산업단지 내 부지에 이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조성하는 것으로 정부와 구미시는 공장용지 무상 임대, 투자보조금, 세금 혜택 등을 지원한다. 이 사업으로 약 1000명의 직간접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LG화학의 국내 투자는 해외 투자에 열중하고 있는 다른 대기업들과 대조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과 생산 설비 확충을 위해 총 74억 달러(약 8조38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K-배터리 삼총사는 미국에만 10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며 미국에서 창출하는 일자리만 5000개가 넘는다.
현재 한국은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다. 4대그룹 중 삼성을 빼고는 신입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과 경력채용으로 바꿨다. 4대그룹 외에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실업자는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지난 2월부터 실업급여 월 지급액이 전국적으로 6개월 연속 1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한국은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 인건비가 높고, 노동유연성이 없는 데다 세재 등 혜택이 그리 크지 않은데 각종 규제까지 존재해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연말 연초에 기업을 옥죄는 규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까지 통과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의 국내 투자는 국내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미에서의 협약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 진출 방향을 바꿔 국내에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해 준 LG화학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투자규모에 비해 석유화학 업종 특성상 직접 고용 유발 효과가 적어보일 수는 있지만 간접 일자리 창출 부분까지 생각하면 지역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구미 공장 투자 뿐 아니라 다른 국내 지역 투자도 지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