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 공모주 청약이 대박 조짐이다. 친환경 선박기술에 대한 투자로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청사진이 시장에 통했다. 

상장 대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일반 청약 첫날인 7일 통합 경쟁률은 40.33 대 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5조5751억원이 모였다. 

첫날 경쟁률만 따지면 올해 하반기에 청약에 나선 기업공개(IPO) 대어 카카오뱅크(38.8 대 1)와 크래프톤(2.79 대 1), 롯데렌탈(10.42 대 1)보다 높다. 

8일까지 공모주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데 현재 경쟁률이 급등 추세다. 100대 1의 경쟁률을 훌쩍 넘긴 증권사들이 많은 상황이다. 가장 낮은 경쟁률은 대신증권으로 71.5대 1이고, 가장 높은 경쟁률은 신영증권으로 157.5대 1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일반 청약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중복 청약이 불가능해 증권사들의 경쟁률을 살피며 마지막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상장을 앞두고 총 1800만주의 신주를 발행했다. 이 중 55%인 990만주가 기관 투자자에게 배정된다. 전체 주문 규모는 1130조 원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공모주 청약 접수를 모두 마친 뒤 오는 16일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이 상장에 나선 것은 투자비용 마련 목적이 가장 크다. 현대중공업은 공모로 약 1조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 중 7600억원을 친환경 선박 리더가 되기 위한 투자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친환경 선박에서 퍼스트무버 전략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료: 미래에셋증권
자료: 미래에셋증권

7600억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투자...암모니아 선박, 수소 선박 등 준비 '착착'


현대중공업은 지난 2일 기업설명회에서 ‘친환경 선박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선제적 투자 통한 초격차 달성’이라는 비전을 발표하고 7600억원을 차세대 선박과 친환경 기술 개발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론 친환경·디지털 선박 개발과 스마트 조선소 구축, 수소 인프라 분야에 각각 3100억원, 3200억원, 1300억원이 투입된다.

현대중공업은 LNG선의 세계 최대 강자다. 문제는 LNG선이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씨유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이 30%가량 적지만 완전한 탄소중립 연료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 또 다른 환경 규제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오는 2023년 1월부터 탈탄소 목표에 따라 해상 환경규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2023년까지 선박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30% 이상, 2050년까지 70% 이상 줄여야 한다. 2023년부터 시행될 IMO의 EEDI와 EEXI라는 두 환경규제는 결론적으로 선주들이 친환경선박을 보유하도록 강요하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현대중공업의 선택은 '친환경 선박' 기술력 확보다. 

현대중공업은 수소 및 암모니아 선박, 전기추진 솔루션, 가스선 화물창 개발 등에 집중해 고부가가치 선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디지털트윈 등 디지털선박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급성장이 예상되는 자율운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암모니아나 수소 연료 관련 신기술은 아직 상용화 전이라 현대중공업이 선점해 실적을 쌓으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친환경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에 대한 개념설계 기본인증(AIP)을 획득하며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에 한발 다가갔다.

이번에 개발한 연료공급시스템은 항해 중에 자연 발생하는 암모니아 증발가스를 활용해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고 잔여 증발가스는 엔진 연료로 사용하는 고효율 친환경 설비로, 극소량의 암모니아도 외부 유출 없이 완전 차단할 수 있는 이중누출방지 가스처리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암모니아 추진선은 연소 시 이산화탄소와 황산화물 등을 전혀 배출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통한 생산이 가능하다. 또 LNG보다 보관과 취급이 편리해 기존 LNG선을 잇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4~2025년이면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선박에 대한 준비도 착착 진행 중이다. 수소선박은 기존 내연기관보다 에너지 효율을 40% 이상 높일 수 있는데다 친환경적이어서 미래 선박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 참가한 오스트리아 기업 AVL과 수소연료전지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AVL은 파워트레인시스템(엔진·변속기·모터·배터리·연료전지 및 제어기술) 개발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 독립 기업이다.

지난 6일엔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포스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하이리움산업 등과 ‘선박용 액화수소 연료탱크 공동 개발’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소선박 핵심기술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하반기까지 소형 선박용 액화수소 연료탱크를 시범 제작하고 다양한 테스트 과정을 거쳐 향후 대형 선박용까지 확대 개발하기로 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상업용 액화수소운반선에 대한 선급 기본인증을 획득했으며 지난 3월에는 수소선박 국제표준 개발에도 나섰다. 한국조선해양이 확보한 수소선박 기술은 현대중공업의 선박 제작에 그대로 반영된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사진=현대중공업)

이와 더불어 현대중공업은 2030년까지 생산에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조선소를 구축해 효율적인 생산체계와 안전한 야드를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또 해상 수소 인프라 시장 선점을 위해 업계 최고 조선해양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상 신재생 발전 및 그린수소 생산, 수소 운송 인프라 분야에 투자를 확대한다. 현대중공업은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토대로 그린수소의 생산을 위해 풍력 에너지를 이용한 1.2㎿급 수전해플랜트를 제작할 계획이다. 

이같은 상장을 통해 들어온 자금을 알차게 친환경 선박 기술확보에 쓰겠다는 현대중공업의 야심찬 계획은 투자자들을 감복시켰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적정 주가로 9만원 수준을 보고 있다. 확정 공모가 6만원 대비 50% 정도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친환경 미래 기술에 집중 투자해 다가올 50년에서도 조선업계 1위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회사 비전을 투자자들이 높게 사고 있는 분위기"라며 "친환경선박 수요가 본격화되면 현재 기울이는 노력들이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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