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SM그룹이 이번엔 쌍용차를 품에 안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쌍용차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회사는 ▲SM그룹 ▲카디널 원 모터스 ▲케이팝모터스 ▲에디슨모터스 ▲박석전앤컴퍼니 ▲월드에너시 ▲INDI EV ▲퓨처모터스 컨소시엄 ▲이엘비앤티 등 총 9개다.

인수의향서 제출 기업에 대해서는 8월 말까지 예비실사를 통해 9월 말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며, 10월 협상완료 및 11월 계약체결 이후 회생계획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가장 가능성 높다" 주목받는 SM그룹...인수자금 가장 '넉넉'


대부분의 인수 참여자가 스타트업이나 사모펀드,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업체들이어서 SM그룹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기업 규모나 명성, 자금력 등이 가장 풍부하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순위 38위인 SM그룹은 제조·건설·해운·자동차 부품 영역에서 계열사 약 60개를 보유한 대기업이다. 올해 기준 자산규모가 10조4500억원이고 그룹의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조원, 2000억원 수준이다. 

보유한 현금만 1조원에 달해 9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쌍용차 인슈금액에 문제가 없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쌍용차 인수 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 회장은 “쌍용차 인수에 외부 자금은 일절 쓰지 않겠다”며 “자체 자금으로 쌍용차를 인수할 예정”이라고 발힌 바 있다. SM그룹은 SM상선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데 상장 후 확보한 자금을 쌍용차 인수에 사용할 수도 있다. 

SM그룹은 M&A로 성장해 온 그룹이다. SM그룹은 매물로 싸게 나온 업체를 저렴하게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 '부실기업 전문회생 기업'이라는 별명을얻기도 했다. 인수 기준은 '좋은 회사'였다. 성장 가능성은 있는데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회사, 그룹과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회사, 회사 내 자산이 많은 회사들을 인수해왔다. 

SM그룹은 11년 전에도 쌍용차 인수전에 참전했었다. SM그룹은 2010년 쌍용차 인수 의사 뜻을 밝혔지만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결국 인수전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당시 인도 마힌드라(Mahindra&Mahindra)가 쌍용차를 최종 인수했다.

SM그룹 우오현 회장(사진=SM그룹)

SM그룹은 쌍용차 인수전에 또다시 뛰어든 이유로 표면적으로는 기존 그룹 회사들과의 시너지를 꼽고 있다.  SM그룹 계열사인 남선알미늄(자동차사업 부문), 지코, 화진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이다. 전기배터리 업체인 베게셀과 화학기업 티케이케미칼 등은 쌍용차가 추진하는 전기차 부문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SM그룹 관계자도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인수의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이제 막 친환경차 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이제 막 시작한 쌍용차는 이미 레이스에서 뒤져있다. SM그룹이 보유한 계열사들도 규모가 크지 않고, SM그룹이 자동차 업체를 경영해 본 경험도 없다. 차가 팔려야 시너지가 날텐데 매각 이슈는 물론 SUV 경쟁력이 뒤쳐지면서 쌍용차의 판매는 갈수록 줄고 있다. SM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해 본궤도에 올려놓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SM그룹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실질적 이유로 쌍용차 평택 공장 용도 변경을 꼽는다. 쌍용차는 최근 자산재평가를 통해 평택공장 부지 85만㎡의 가격을 약 9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용도변경이 이뤄지면  평택시 칠괴동 150-3번지 일원 70만㎡에 달하는 현 공장 부지는 대규모 주거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가가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SM그룹 입장에서는 추후 실시될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사업에 계열 건설사를 투입할 수도 있고, 이 부지를 매각할 경우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SM그룹, 인수 실패 역사 많아...각종 변수도


SM그룹이 쌍용차 인수전의 최후 승자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A로 커온 기업이지만 인수실패한 사례도, 포기한 경우도 있다. 

SM그룹이 인수에 성공한 주요 업체들로는 2005년 벡셀, 2006년 남선알미늄 인수 및 경남모직, 2008년 티케이케미칼, 2010년 우방 , 2011년 서림하이팩, 에스엠중공업, 케이티세라믹,  2013년 대한해운 , 2016년 한진해운 미주 및 아시아 노선, 2017년 경남기업 인수, 2018년 삼환기업, 2019년 UBC울산방송 등이 꼽힌다. 지방 건설사에서 화학업체, 자동차부품업체, 전기배터리 업체, 해운사, 언론사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M&A에 뛰어들어 손에 넣었다. 

하지만 실패 역사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STX조선과 대우조선해양건설, 한진중공업 인수전이다. 특히 가장 최근인 지난해 연말 있었던 한진중공업 인수전에서는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떨어졌다.  SM그룹은 한진중공업의 정상화를 위해 영도조선소에서 조선업을 지속 유지하겠다는 유일한 업체였다. 

당시 인수전 양상도 현재 쌍용차 평택 공장 부지 논란과 비슷했다. SM그룹과 동부건설-사모펀드 컨소시엄 등이 참여했는데, 한진중공업 조선소가 있는 부산 지역에선 “인수 후보들이 조선업보다는 알짜 부동산인 영도조선소 개발에 관심을 둔 것”이라는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SM그룹이 인수를 중도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M그룹은 지난 2016년 당시 SPP조선을 인수하겠다고 나섰고 인수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지만 SM그룹은 정밀실사 결과 우발채무가 400억원이 넘는 등 추가 위험 요인이 발견됐다며 인수의사를 철회한 바 있다.

쌍용차는 평택공장을 매각해 전기차 공장을 세우고 친환경차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개발은 물론 신차까지 내놓아야 한다.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인수자금인 9000억원 보다도 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평택시의 움직임도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3일 평택공장 이전을 추진 중인 쌍용자동차에 "기존 부지 매각에 따른 개발이익을 시민에 환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쌍용차 인수업체가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에 대한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는 것은 투기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평택시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평택시민의 반발 등 새로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9개 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인수한 여러 업체들을 탈태환골 시킨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SM그룹의 쌍용차 인수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진다"며 "하지만 SM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해 실패하거나 포기한 사례도 많은 만큼 실제 인수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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