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3영업일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현장은 혼란스럽다.

이에 금융당국도 29일 판매자·소비자가 알아야 할 중요사항을 배포하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결국 사태 수습은 금융회사와 고객에게 떠넘기는 꼴이다.

일단 문제의 핵심은 사모펀드로 촉발된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다. 하지만 금소법에선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하면서 예·적금 상품까지 불똥이 튀었다.

금소법 상에선 금융상품을 가입할 경우 상품설명서, 약관 등을 고객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투자상품인 경우 원금 손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 의무를 다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예·적금의 경우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가 됨에도 불구, 특히 예·적금 만기 후 재가입 고객도 동일한 설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불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A은행 일부 창구에선 정기예금 가입 시 신규가 아닌 재예치 시에도 상품설명서, 약관 등 출력물을 고객에게 제공했다.

동일 상품으로 기간만 연장되는 재예치를 금소법 시행 전 간단한 절차로 업무를 보던 고객들은 과도한 절차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내점 고객 중 대부분이 고령층이라 이메일 등 전자 방식으로 받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읽어보지도 않을 종이를 왜 이렇게 많이 주냐’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현장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예금성 상품의 경우 설명의무 대상자를 구체적으로 나눴다.

설명의무 대상자는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만 65세 이상 고객으로 한정했다. 일반 성인은 예금 가입 시 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설명의무는 신규 계약 권유 시 또는 고객 요청 시만 실시한다.

대출기한 연장, 실손의료보험 갱신, 신용카드 갱신 등 신규 계약이 아닌 경우 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설명의무는 설명서를 빠짐없이 읽으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해명에 나섰다.
반드시 설명서를 구두로 읽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동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비자가 설명내용을 이해했다는 사실에 대해 서명, 기명날인, 녹취 중 하나는 확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선 소비자에게 입증 책임을 돌렸다. 판매사가 입증해야 할 사안은 ‘위반 사실’이 아닌 ‘위반에 대한 고의·과실이 없음’으로 명시해 결국 위반 사실은 소비자가 입증해야 한다.

한편 금소법 시행에 맞춰 금융당국은 연이어 가이드라인을 배포 중이다.

지난 2월과 3월 FAQ(자주 묻는 질문) 답변을 웹에 게시한 뒤 24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10문 10답, 29일 판매사·소비자가 알아야 할 중요사항 등 총 4차례 자료를 배포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과 고객에게 불편이 발생한 이유는 세분화된 시행세칙이 법 시행 전날에서야 공문 발송된 탓이다.

6대 판매원칙 위반에 대해선 최대 1억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되는 탓에 일부 지점에선 한시적으로 금융상품 판매 제한이라는 초강수까지 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소법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영업제한이 상당하다. 고객 역시 불편함을 호소하며 발길을 돌리는 일이 잦다"며 "금소법이 안정화되기 위해선 판매사보단 금융소비자도 관련 법을 이해하고 불편함도 감수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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