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21일 발표한 정기 사장단 인사는 사업 안정에 무게를 둔 소폭 인사로 마무리됐다. 반도체·인공지능(AI)·미래 디바이스 분야에 글로벌 기술 인재를 전면 배치하며 실적 회복 흐름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2인 대표 체제를 복원하고 사업지원실 중심의 M&A·기술 전략을 정비하며 기존 리더십 체제를 유지한 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 규모는 신규 위촉 1명과 사장 승진 1명, 위촉업무 변경 2명 등 총 4명으로 지난해 9명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사장단 4명 중 2명을 기술 인재로 선임하며 미래 기술 전략에 힘을 실었다.
삼성은 SAIT 원장 자리에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를 사장 직급으로 영입하며 미래 반도체 기술 연구를 직접 총괄하도록 했다.
글로벌 석학과 AI 전문가를 핵심 기술 수장에 배치한 것은 단기적 경영 안정 속에서도 기술 중심 성장동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의 AI 팩토리 협력,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연대를 확대하며 'AI 드리븐 컴퍼니'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박 사장은 나노 기술과 양자 정보전달 등 기초과학 기반 연구를 25년간 수행해온 학자로 양자컴퓨팅과 뉴로모픽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책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를 DX부문 CTO 겸 삼성리서치장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윤 사장은 MX 출신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AI·로봇·바이오 등 유망 기술 투자를 주도해온 만큼 가전·모바일·TV 등 기존 사업과 신기술 간 융합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기술 인재를 전면 배치하는 동시에 리더십 안정화도 꾀했다. 이번 인사로 삼성전자는 2인 각자대표 체제를 복원했다.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아온 노태문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끈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장을, 노 사장은 MX사업부장을 그대로 겸임하며 주요 사업 현안을 직접 챙긴다. 최근 실적 반등과 함께 이재용 회장이 M&A 드라이브를 본격화한 상황에서 조직 안정과 전략 실행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부상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앞서 사업지원실을 상설 조직으로 전환하고 산하에 M&A팀을 신설했다. 하만 인수 등 대형 거래를 담당해 온 안중현 사장이 팀장을 맡는다. 기존 비상조직 성격에서 벗어나 전략 투자와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체계를 공식화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편 사장단 인사 공식 발표 하루 전 일부 임원에게 퇴임 통보가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과거에도 퇴임 통보 직후 신임 사장단을 발표하고 2~3일 내 후속 인사를 마무리하는 방식을 반복해 왔다. 이번 인사는 급격한 세대교체보다 기존 리더십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술 중심 전략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