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별로 특화된 생존 전략이 성적표에 뚜렷하게 드러났다. 신한카드가 승인실적 전체 1위를 수성했지만 해외 결제와 고객당 이용액 등 알짜 지표에서는 하나·현대카드 등 약진이 매서웠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0월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NH농협)의 총 승인액은 100조7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외형은 신한카드(18조7687억원)가 이끌었지만 세부 지표에서는 하나카드와 현대카드가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하나카드의 해외 결제 실적이다. 하나카드의 10월 해외 이용액은 4조2949억원으로, 업계 1위 신한카드(4조8815억원)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승인액 2~4위권인 현대(3조6123억원), KB국민(3조1568억원), 삼성(2조6580억원)을 모두 제친 수치다. 여행 특화 상품인 '트래블로그'의 흥행이 실제 점유율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고객 충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회원당 월평균 이용액'에서는 현대카드가 웃었다. 현대카드의 활성 회원 1인당 월평균 신용판매 이용액은 약 102만원으로 9개 카드사 중 가장 높았다. 삼성카드(99만원)와 신한카드(96만원)가 그 뒤를 이었으며 KB국민카드(84만원)와 하나카드(73만원)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현대카드가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전략을 통해 구매력이 높은 우량 고객을 효과적으로 락인(Lock-in)한 결과로 해석된다.
불황형 소비 패턴으로 읽히는 할부 결제 비중은 삼성카드가 26.8%로 가장 높았다. 롯데카드(22.5%)와 NH농협카드(21.4%)가 뒤를 이었으며 현대카드는 17.7%로 가장 낮았다. 삼성카드 고객들이 고액 결제나 무이자 할부 혜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현대카드 고객은 일시불 위주의 소비 성향을 보인 셈이다.
카드론 잔액은 신한카드가 8조89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카드(6조5838억원)와 KB국민카드(6조2850억원)가 6조원대를 기록했고, 현대카드는 5조9725억원으로 4위에 머물렀다. 리볼빙 이월 잔액 역시 신한카드(1조4272억원)와 KB국민카드(1조3110억원)가 상위권을 차지해 가계 부채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