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Whi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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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2030년까지 총 508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금융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우리금융의 선제적 출사표, 신한금융의 메가딜 조기 집행, KB금융의 지역 균형발전, 하나금융의 펀드 운용 노하우, NH농협금융의 농업 특화 등 각사가 내세운 차별화 전략이 뚜렷하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110조원의 생산적·포용금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규모로는 NH농협금융 108조원, 하나금융 100조원, 우리금융 80조원 순이다. 5개 금융지주의 생산적금융 합산 규모는 436조원에서 441조원 사이이며 포용금융은 67조원에서 72조원 규모다.​


우리는 속도, 신한은 실행...각사 전략 판이


우리금융은 지난 9월29일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생산적금융 이슈 전반을 이끌었다. . 우리금융은 K-Tech 프로그램 19조원을 통해 AI·바이오·방산 등 첨단전략산업 핵심 대표기업 1개사를 중심으로 중견·중소벤처기업까지 연결하는 밸류체인 완성 전략을 제시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국민성장펀드에 민간 금융권 최초로 10조원 출자를 선언하자 금융당국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은행장 간담회 후 우리금융의 생산적금융 계획을 "정부와 시장이 같이 가는 하나의 예"라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이 선제적으로 움직임으로써 다른 금융지주들에게 규모와 계획 면에서 레퍼런스를 제공했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자본력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우리금융보다는 더 많은 예산이 집행될 것이라는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다만 다른 지주사들 사이에서는 내용적 차별화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약 2주 만에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모험자본 2조원, 민간펀드 결성 6조원, 첨단산업 투자 1조7000억원, 지역균형발전 투자 3000억원 등 총 10조원 규모의 그룹 자체 투자자금을 별도 조성했다.

특히 계열사 중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간모펀드 운용 노하우를 지닌 하나벤처스를 앞세워 강조했다. 하나벤처스는 지난해 결성된 국내 최초 민간 벤처모펀드로 하나금융그룹이 100% 출자해 100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올해 상반기 150억원을 출자했으며 하반기 출자 규모를 300억원으로 2배 확대했다. 하나벤처스의 2차 민간모펀드 출자사업에는 32개 벤처캐피탈이 지원해 최고 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나벤처스는 민간모펀드를 추가 결성해 총 4조원 규모 자펀드 조성에 기여할 예정이다.​

이어 신한금융은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를 통해 실행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신한금융은 생산적금융 규모를 93조원에서 98조원으로 탄력 운용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 교통·용수 인프라에 5조원, CTX 사업에 5조원 등 총 10조원 규모 메가딜 집행을 이미 착수했다.​ 데이터센터·신재생에너지 개발펀드 등 13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으며 연말까지 인프라 개발펀드를 포함해 3000억원 규모 펀드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9월 신설한 생산적금융 PMO를 통해 분과별 추진과제와 자본 영향도를 격월 단위로 점검한다. 이달 말까지 자회사별 경영계획을 확정하고 12월 그룹 최종 경영계획으로 통합해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KB금융은 지역 균형발전 카드를 꺼냈다. 그룹 자체투자 15조원으로 5개 금융지주 중 최대 규모를 편성했다. KB금융은 정부의 '5극 3특 전략'에 부합하는 지역 성장 프로젝트 발굴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5극 3특 전략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3개 특별자치도를 의미한다. KB금융은 권역별 핵심 산업과 연계되는 인프라·신재생에너지·데이터AI센터·물류항만 등 지역 맞춤형 전략산업과 SOC 복합 프로젝트 투자를 확대한다. 지난달 금융위 주관 생산적금융 소통 점검회의에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3조3000억원 규모 금융주선 계획을 발표했다.​

NH농협금융은 그룹 정체성을 극대화한 농업금융 특화 전략을 택했다.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이 직접 주관하는 생산적금융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108조원으로 5대 금융지주 중 3위 규모를 편성했다. 증권 IMA를 중심으로 모험자본 15조원을 공급하고 신사업인 BDC 추진, 성장주도코리아펀드 운용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

농업·농식품기업 전용 펀드 조성과 농업인 대상 우대금리 및 정책자금 연계를 강화한다는 점이 타 금융지주와 차별화된다. NH농협금융은 모험자본·에쿼티 분과 15조원, 투융자 분과 68조원, 국민성장펀드 분과 10조원 등 3개 분과 중심의 실행 체계를 구축했다.


국민성장펀드 50조원...정부 목표의 67% 부담


국민성장펀드에는 5개 금융지주가 각각 10조원씩 총 50조원을 참여한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민간·국민·금융권 자금 75조원의 67%를 5대 금융지주가 부담하는 셈이다. 5대 금융지주의 생산적금융 436조원 중 융자 규모는 총 306조원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모험자본 공급 등 자체 투자 규모는 국민성장펀드를 포함해도 107조원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 쏠린 자금을 AI·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으로 돌리겠다는 정부 정책에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각 금융지주는 부동산금융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기업·인프라금융 영업조직을 확대하는 조직 개편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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