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영 NH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NH농협은행이 강태영 행장 취임 이후 '디지털 리딩뱅크'를 외치며 혁신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실상은 표류하고 있다. 핵심 플랫폼인 'NH올원뱅크'와 'NH스마트뱅킹'을 분리 운영하는 투앱 체제를 고수하면서 이용자 혼선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 은행들이 앱 통합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가운데 농협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NH올원뱅크 가입자는 1299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168만명 대비 증가한 수치지만 실제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여전히 NH스마트뱅킹에 비해 저조하다. 10월말 안드로이드 기준 MAU를 보면 NH스마트뱅킹이 약 500만명을, NH올원뱅크는 341만명을 기록했다.

NH농협은행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강태영 행장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디지털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며 조직개편과 인재 재배치에 속도를 냈다. NH올원뱅크를 중심으로 농협금융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해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부동산, 자동차보험, 공공요금 납부 등 비금융 생활 서비스까지 품은 슈퍼앱을 표방하며 토스와 카카오뱅크를 정면으로 조준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모습이다. NH올원뱅크의 가시적인 가입자 수는 늘었으나 실사용률은 정체됐다는 평가다. 

업계는 농협은행의 디지털 혁신 '난제'가 투앱 체제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농협은행은 현재 NH스마트뱅킹과 NH올원뱅크 두 개 앱을 운영 중이다. 스마트뱅킹은 제1금융권인 농협은행 고객뿐 아니라 전국 1100여 개 단위농협이 속한 상호금융 고객도 함께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올원뱅크는 은행 중심의 디지털 종합 플랫폼으로 개발됐다. 두 앱 모두 농협은행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가 분산되고 앱 간 정체성도 모호해졌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투 앱(Two-app)' 체제의 배경에는 농협은행과 단위농협 간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상호금융과 농협은행은 법인도, 감독 체계도 다른 별개 조직이다. 농협은행은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제1금융권이지만, 상호금융은 농협중앙회 소속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감독을 받는다. 은행 단독으로 시스템을 통합하거나 앱을 폐지할 권한이 없는 셈이다. 이 이중 구조가 농협은행의 디지털 통합 전략을 제약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 자체가 농업인들로부터 출발한 만큼 단위 농협의 고객 기반이 워낙 방대해 물리적으로도 통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상호금융과 은행을 아예 분리하기엔 농협이라는 브랜드의 연결성과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객들에게 '농협'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금융기관으로만 생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디지털 혁신에 제약이 크다"고 덧붙였다.

농협은행의 이런 구조는 경쟁 은행들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전략과 기술을 집중하는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상호금융 기반 은행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명확한 사업 방향성이 부재했다는 지적이 따라붙는다.

경쟁 은행들은 이미 원앱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지 오래다. 뾰족한 생존 전략 없이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전 계열 서비스를 통합했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금융과 비금융을 넘나드는 슈퍼앱 체제를 가동했다. 원앱 트렌드를 이끈 토스는 송금 앱에서 출발해 보험, 주식, 대출까지 영역을 넓히며 생활 밀착형 금융 플랫폼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조직 구조의 분산도 디지털 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농협은행은 디지털전략사업부문이 전략 수립을 맡지만 개인·기업 고객 플랫폼은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다. 개인디지털플랫폼부, 기업디지털플랫폼부, IT디지털플랫폼부가 따로 존재하면서 중복 개발과 의사결정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부서가 혼재해 있으면 디지털 프로젝트 하나를 추진하더라도 여러 부서가 동시에 관여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책임 소재와 우선순위 설정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NH농협은행은 최근 두 앱의 인증 체계를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모바일 인증서를 일원화해 이용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마저도 앱별로 서비스 종료 시점이 다르고 공지 시기도 제각각이어서 이용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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