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금융 전문가'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취임 일성으로 '디지털 리딩뱅크'를 선언하고 슈퍼앱 올원뱅크를 전면 개편했지만 기존 스마트뱅킹 앱이나 상호금융 전용 앱인 콕뱅크 앱보다도 사용량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안드로이드 기준 농협은행 올원뱅크 월간활성사용자(MAU)는 341만명으로, 특히 구형 앱인 NH스마트뱅킹(501만명)보다도 160만명, 2금융권 전용 앱인 NH콕뱅크(477만명)보다도 136만명 적게 나타났다.
강태영 행장의 디지털 리딩뱅크 선언이 무색한 결과다.
강 행장은 2018년 농협은행 올원뱅크사업부장 부임을 시작으로 디지털 금융 전문가 이력을 쌓았다. 이후 2019년 디지털전략부장, 2023년 농협은행 DT부문장 및 농협금융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했다. 지난해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거쳐 올해 1월 농협은행장에 올랐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강 행장 추천 당시 현장 경험과 디지털 금융 이해도를 동시에 갖춘 '육각형 인재'로 평가했다. 4대 시중은행장이 모두 영업통 출신인 것과 달리 강 행장은 '디지털 행장'으로 차별화됐다는 분석이다.
강 행장은 취임식에서 "금융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통해 디지털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취임 100일에는 "디지털 금융 시장을 선도하던 과거 명성을 반드시 되찾겠다"며 '디지털 1등' 탈환 의지를 거듭 밝혔다.
강 행장은 취임 직후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냈다. 지난 1월 말 전자금융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고 21개월간 진행된 올원뱅크 대개편을 완료했다.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전환과 풀뱅킹 서비스 구축으로 예·적금·대출 등 전 계좌 관리가 가능해졌고 농협금융 계열사 서비스를 통합했다. 부동산 조회, 헬스케어 등 비금융 서비스도 확대해 '토스형 슈퍼앱'을 표방했다.
하지만 실제 성과는 저조하다는 게 금융권 전반적인 평가다. 올원뱅크의 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가입자 대비 실제 이용률은 26.3%에 불과하다. 6월 39.1%와 비교하면 4개월 새 12.8%p 하락했다.
NH스마트뱅킹은 계좌조회, 이체, 예적금, 대출 등 전통적인 뱅킹 기능에 충실한 앱이다. 반면 올원뱅크는 부동산 정보, 쇼핑몰 연계, 게임 콘텐츠 등 생활형 서비스를 대거 담았다. 강 행장은 '토스형 슈퍼앱'을 강조했으나 고객들이 심플한 스마트뱅킹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는 셈이다.
올원뱅크의 사용자 불만은 앱 리뷰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0월~11월 초 리뷰에는 "앱 열면 계속 꺼지고 7-8번 반복해야 들어가진다", "클릭 한 번 하면 세월아 네월아, 완전 느려터진 앱", "모바일신분증 인식이 안 돼 인증서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 등 기술적 오류 지적이 집중됐다. 한 이용자는 "NH스마트뱅킹으로는 인증서 업그레이드가 되는데 올원뱅크로는 안 된다"며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농협은행의 주 고객층인 농업인·농촌 주민 특성상 고령층 비중이 타 은행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의 낮은 디지털 이용률이 MAU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모바일뱅킹 사용률은 6.8%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역 농협 기반 이용자들도 많이 쓰는 스마트뱅킹 앱보다 올원뱅크 앱 이용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복잡한 생활형 서비스보다는 단순 이체·조회 기능의 스마트뱅킹을 선호하는 고객층이 두터운 것으로 보인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가 늘었는데 MAU가 줄었다는 건 고객이 앱을 설치만 하고 쓰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UI/UX 개편 후 오히려 사용성이 떨어졌거나 우대금리 등 프로모션 종료 후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