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성과급 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일부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다른 기업들까지 술렁이고 있다.
이번 합의안에는 성과급 상한선을 없애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영 성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제도에 반영한 조치였지만, 파급력은 예상보다 컸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대기업 구성원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삼성전자지부)은 성명을 내고 "EVA(경제적 부가가치) 방식의 성과급은 기준조차 모호해 누가 어떤 비율로 받는지 알 수 없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재용 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 등 경영진을 향해 EVA 방식을 폐기하고 TF를 구성해 제도를 전면 개편할 것을 촉구했다. LG전자 내부에서도 성과 반영이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논란은 전자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임금 합의에 앞서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사내 'The 소통' 행사에서 "회사는 지속 가능해야 하는데 현재 제도는 호황의 성과만 공유하고 불황의 손실은 사측이 모두 부담하는 구조"라며 "성과급 한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핵심은 기업의 성과급 산정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데 있다. 제도 자체가 천편일률적일 수 없음에도 현장에서는 오히려 지급 확대 요구가 커지는 모순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 사이에는 정기임금보다 일회성 보상에 집착하는 '성과급 한탕주의' 심리까지 퍼져 제도의 왜곡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성과급이 본래 취지대로 성과를 나누는 장치가 아니라 노사 갈등의 도화선으로 변질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성과 반영이 불투명하고 타사보다 적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이솝 우화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지금의 논란에도 시사점을 준다. 눈앞의 이익만 좇다 거위 배를 가르는 순간, 지속적인 성과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이 제도가 분쟁의 씨앗이 아니라 노사 화합의 기반이 되려면 기업과 노동자의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기업은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상 철학을 일관되게 다듬을 필요가 있으며, 노동자도 단기 보상에 집착하기보다 회사의 현주소와 성장 여력을 함께 살펴보는 태도가 요구된다.
성과를 나누는 장치가 상생적이고 지속가능한 보상 구조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매년 성과급 시즌만 되면 곳곳에서 아우성이 반복되는 현실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노사 모두의 성숙한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