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대손비용률(CCR)이 일제히 연초 목표치를 뛰어넘으며 연간 가이던스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자산건전성 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상반기 CCR은 0.55%를 기록해 연초 가이던스 0.45%를 10bp나 웃돌았다. KB금융은 연간 목표를 0.40% 중반대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CCR 상승폭은 더욱 가팔랐다. 연초 0.40% 중후반으로 제시된 가이던스는 상반기 0.50%까지 치솟았다. 2분기 CCR은 0.59%로 전분기 대비 18bp 급등했다. 신한금융은 내부적으로 연간 목표를 0.40% 중후반으로 조정한 상태다.
우리금융 역시 상반기 CCR이 0.49%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장 관련 일회성 충당금 860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경상 대손비용률은 0.42% 수준으로 관리됐지만, 이마저도 연초 목표인 0.40% 초중반을 상회한다. 하나금융은 0.30%를 기록해 연간 경영계획 수준인 0.30% 중반 이내에서 유지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CCR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나상록 KB금융 CFO는 "은행과 증권, 부동산 PF 사업장, 부동산 신탁 책임준공 사업장에 약 1000억원 규모의 신용손실 충당금을 추가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역시 경기 회복 지연과 여신에 대한 보수적 평가를 통해 대손비용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천상영 CFO는 "매 분기 실적 발표할 때마다 대손비용률 전망치가 올라가고 있다"며 "올해가 참 특히 어려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우리금융의 이성욱 CFO는 "책준형신탁 사업장 관련 선제적 충당금 외에 홈플러스 등 최근 이슈가 됐던 차주에 대한 추가 충당금 등 일회성 대손비용을 일부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하반기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연간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실적발표 후 발빠르게 CCR 낮추기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신한금융은 지난 8일 그룹의 대체투자자산 등 비시장성 유가증권 회수가능액 평가 용역 입찰 공고문을 냈다.
평가 대상은 그룹 내 유가증권을 보유한 모든 계열사다. 비시장성 유가증권은 활성 시장이 존재하지 않아 공정가치 평가가 어려운 사모펀드, 부동산, 비상장 주식 등 대체투자자산으로 이번 용역을 통해 이들 자산의 투자 구조와 현금흐름을 분석하고 잠재적 손실 가능성 측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장근 우리금융 CRO는 "현재 진행 중인 자산 리밸런싱, 즉 우량 자산 중심의 저위험 자산으로 재구조화하는 포트폴리오 전환 효과가 하반기에는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이 외에도 명동 디지털타워와 경기 안성 연수원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염홍선 KB금융 CRO도 "그동안 추진해 왔던 건전성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가면서 취약차주군에 대한 연착륙을 모색한다면 하반기 중 돌발적인 특이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연간 기준 0.40% 중반 수준은 관리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력이나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조치 등이 하반기 건전성 관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금융권의 신중한 접근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