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된 사망 사고로 포스코그룹의 안전관리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장인화 회장이 노조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수습에 나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찾아 포스코노동조합과 간담회를 열고, 그룹 차원의 안전관리 혁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지난 1일 출범한 '그룹안전특별진단TF' 운영 방침을 설명하며, "노조가 단순 자문기구가 아니라 일정한 결정권을 갖고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회장은 노조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TF 운영 방침이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던 점에 대해 사과하고, 향후에는 노조가 보다 적극적으로 협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TF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인적 구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형식이 아닌 실질적 개입'에 초점을 맞춘 협의가 진행 중이다.
예컨대 노조가 TF 내에서 현장 위험요소 진단은 물론, 안전 예산의 편성 및 투자 방향 결정 등 실질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장 회장은 전날부터 광양에 머물며 현장 안전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들어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를 중심으로 사망 사고가 잇따르며 도마에 올랐다.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 사고(1월), 경기 광명·대구 중구 공사현장 사고(4월), 의령 고속도로 공사장 사망 사고(7월) 등 네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데 이어, 전날에도 미얀마 국적 근로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다.
이 사고는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당시 포스코이앤씨는 전사 안전 점검을 위해 전면 작업 중단에 들어갔다가, 전날부터 '현장 위험요소가 없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공사를 재개한 상태였다. 고용노동부는 즉시 해당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행보는 정부의 강도 높은 안전 규제 압박 기조와 맞물려 나온 대응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를 직접 언급하며 "같은 방식의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건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법률적으로 보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포스코이앤씨는 곧바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모든 공사 현장의 작업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 대통령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산재가 줄지 않으면 직을 걸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 제도는 악의적·반복적 위법 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액의 3~5배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검찰 내 산재 전담 검사 지정 △경찰의 산재 사망 수사전담팀 구성 △반복 사고 사업장의 건설 인허가 취소 검토 등 강도 높은 후속 조치를 주문했다.
정부의 고강도 대응 기조 속에 포스코의 TF 가동과 장 회장의 현장 중심 행보는 안전관리 체계 혁신과 그룹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시험대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편 포스코 측은 장 회장의 현장 방문 일정 등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