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유플러스의 감정기록 앱 '답다'가 5만명이 넘는 이용자의 '감정일기' 27만건을 남긴 채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이 서비스는 사진, 생년월일 등 이용자의 민감 정보를 다뤄왔던 만큼, 서비스 종료에 앞서 수집된 데이터가 어떻게 쓰여왔는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라지는 감정 플랫폼 '답다', 남겨진 데이터는 어디로
LG유플러스가 지난해 출시한 답다는 이용자가 감정 상태를 선택하고 일기 형식으로 기록을 남기면, AI 캐릭터 '마링이'가 답장을 보내주는 정서 기반 기록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일기 외에도 사진, 감정 키워드, 생년월일, 태어난 시간 등의 정보를 함께 입력할 수 있으며, 서비스 누적 일기 수는 27만건 이상에 달한다.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입력한 정보지만, 그 범위와 민감도는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앱과는 성격이 다르다. 입력 항목 대부분은 감정 상태나 일상의 구체적 상황을 담고 있다. 일부 일기에는 가족 갈등, 우울감, 자살 충동 등 민감한 감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결과적으로 해당 서비스에는 '감정 기록' 이상의 이용자 민감정보가 저장된 셈이다.
이러한 데이터는 AI의 감정 공감이나 상담 응답을 위한 절차로 인식됐으나, 실제로는 회사 소유로 귀속되는 조건 아래 저장돼 왔다.
답다의 이용약관과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에는, 이용자가 입력한 일기 작성 내용과 이미지, 감정분류 결과, AI 답장 텍스트 등의 데이터가 모두 회사에 저작권을 포함한 소유권으로 귀속된다고 명시돼 있다. 감정 상태와 키워드는 물론, 일기·사진에 담긴 서술형 정보, 디바이스 정보, 서비스 이용 로그, 행동기록까지도 수집 대상에 포함된다.
아울러 이러한 정보는 감정 응답을 넘어, AI 고도화와 신규 서비스 기획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설정돼 있다.
답다의 이용약관에는 '서비스의 향상과 신규 서비스 개발, 심리 관련 콘텐츠 연구 등을 위해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회원이 작성한 모든 자료와 정보 및 서비스를 통해 작성된 답장과 감정분류 데이터를 수집해 통계, 연구 또는 심리 관련 콘텐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 회사는 이를 익명화한 뒤 연구·통계·빅데이터 분석·심리 서비스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으며, 빅데이터 활용 또는 연구를 위해 제3자에게 재이용권을 허락할 수 있다고도 규정하고 있다.
많은 이용자들은 이를 '감정을 기록하고 위로받는' 개인용 힐링 서비스로 인식했지만, 실제로는 입력된 감정 데이터가 AI 학습과 서비스 기획에 활용되도록 설계돼 있던 셈이다.
이러한 구조는 과거 대화형 AI 개발 과정에서 이용자 대화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 논란을 빚었던 스캐터랩 사례와도 일정 부분 유사하다. 스캐터랩은 2021년 자사 앱 '연애의 과학'과 '텍스트앳'에서 수집한 커플 간 메시지를 사용자 동의 없이 AI 챗봇 '이루다' 학습에 활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와 함께 사회적 질타를 받았다.
다만 답다는 정보 수집과 활용 목적을 사전에 약관에 명시하고 동의를 받았다는 점에서, '동의 없는 수집'으로 인한 법적 논란은 피한 구조다.
이용자 감정일기, 응답 과정서 오픈AI로 전송

답다는 단순한 챗봇 수준의 응답이 아닌, 생성형 AI 기반 응답 시스템을 사용해왔다. 이용자가 감정일기를 작성하면, AI 캐릭터 '마링이'가 이에 대해 정서적 응답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감정일기의 응답은 외부 기술 인프라를 거쳐 처리된다. LG유플러스는 자체 AI가 아닌, LG 계열사인 LG CNS의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전달한다.
LG CNS는 이 데이터를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인 오픈AI로 전송해, 감정일기에 대한 응답 문장을 생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용자가 입력한 감정일기 원문은 LG CNS를 거쳐 오픈AI 서버로 전송되며, 응답 결과 역시 같은 경로로 반환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오픈AI로 전송되는 데이터는 단순 텍스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답다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따르면 전송 대상에는 △이용자가 입력하거나 업로드한 일기 내용과 이미지 파일 △AI 캐릭터 채팅 이용 과정에서 입력한 정보 △입력 내용으로 생성된 정보 △입력한 정보와 생성된 정보를 변환·분석한 정보 △생년월일 △성별 △태어난 시간 등 민감 개인 정보까지 포함된다.
LG유플러스는 답다 서비스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약관과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통해 회사 소유로 귀속되며, 외부 활용에 대해서도 사전 동의를 받은 구조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응답 처리를 위한 기술 인프라 연동 역시 관련 규정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비스 종료 이후 뒤늦게 데이터 처리 방식이 조명되면서, 이용자가 데이터 전송 구조와 활용 범위에 대해 충분히 인지했는지는 별개 쟁점으로 남는다. 특히 외부 인공지능 서비스(오픈AI 등)로 감정일기 데이터가 전송돼 응답을 받아오는 구조는, 회원가입 시 제시된 약관만으로는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답다를 통해 전송된 데이터는 오픈AI의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저장되며, 규정에 따라 30일이 지나면 삭제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이용자에 대한 개별 안내나 데이터 삭제·다운로드 절차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입력자는 단순히 '감정 공유'였을지라도, 플랫폼 입장에선 고부가 '자산'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구조적 투명성 확보가 과제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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