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제5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시상식·기자간담회에 (왼쪽부터)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와 안보윤 소설가, 신보라 작가, 편혜영 소설가, 출판사 넥서스 임상진 대표가 참석해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지난 15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제5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시상식·기자간담회에 (왼쪽부터)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와 안보윤 소설가, 신보라 작가, 편혜영 소설가, 출판사 넥서스 임상진 대표가 참석해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이 작품은 울트라맨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울트라맨이 아닌 이야기이기도 해요."

'제5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에서 '울트라맨을 위하여'로 대상을 받은 신보라 작가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시상식·기자간담회에서 수상 소감으로 이같이 말하며 "울트라맨은 소설에서 구체적인 실체보다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로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환상을 품고 사는 인물인 '우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쓰다 보니 친구들과 얼굴을 모르는 타인들이 비쳐 보여 쓰는 일이 계속 슬펐다"며 "슬프지 않으려고 끝까지 썼다"고 덧붙였다.

대상 수상작 '울트라맨을 위하여'는 화물트럭 운전사였던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알코올중독에 빠진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15살 소녀 우주의 이야기다. 우주는 전학 간 학교에서 '왕따'인 메리를 만나 가까워진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작을 "담담한 문체와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전개 속에서도 섬뜩한 장면들과 가슴 아픈 순간, 그리고 피식 웃음이 나오는 순간이 모두 존재하는 소설이었다"며 "이해받지 못하는 모든 '아싸'(아웃사이더)들을 위해 소외와 아픔, 공감과 이해의 과정을 통증처럼 구축해가는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제5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울트라맨을 위하여' 표지. 사진=&(앤드)
'제5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울트라맨을 위하여' 표지. 사진=&(앤드)

'울트라맨을 위하여'는 서태지의 노래 '울트라맨이야'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작품이다. 서태지의 음악과 락, 사이키델릭, 밴드 음악을 좋아한다는 신 작가는 "처음 '울트라맨이야'라는 노래를 들었을 때가 십수 년 전인데 혼자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며 "서태지 음악은 이상하고 도발적이면서 기묘하고 매혹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몇 년 전 다시 들었을 때는 슬펐고, 세상이 나에게 미쳤냐고 묻는 말에 '그래 나 미쳤다'고 대답하는 음악이 계속 슬펐고, 그때 우주라는 인물이 만들어졌다"며 "위태로운 아이가 떠올랐고, 그 친구에게 세상이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창작 동기를 밝혔다.

'울트라맨을 위하여'는 신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202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신 작가는 "장편을 처음 쓰긴 했지만, 그동안 연습을 해왔다"며 "인물을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가 가장 힘들었고, 그 부분을 제일 중점적으로 썼다"고 말했다.

이번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공모전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세 달간 진행됐으며, 400여편이 넘는 경장편 소설이 접수됐다. 예심은 소설가 김종광, 김이설, 박진규, 최영관과 김미정 문학평론가가 맡아 8편을 후보작으로 선정했고, 본심은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 소설가 편혜영과 안보윤이 참여해 최종 대상작을 선정했다. 2021년 시작된 이 상은 매년 대상과 우수상을 동시에 선정해왔지만, 이번에는 대상 1편만 뽑았다.

'제5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받은 신보라 작가(왼쪽)와 출판사 넥서스의 임상진 대표. 사진=넥서스
'제5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받은 신보라 작가(왼쪽)와 출판사 넥서스의 임상진 대표. 사진=넥서스

유 교수는 "우수상은 공모 과정에서 필수 항목으로 제시되지 않아 선택적이었다"며 "우수상으로 뽑을 만한 작품이 없어 대상작 하나만 선정하는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 작가는 향후 작품에서도 기울어진 삶의 감각을 탐색해 흔들리는 인물의 이야기를 써나갈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 써왔고 쓰고 있는 모든 것이 조금씩 기울어져 있다"며 아무것도 평행을 이루지 못한 채 인물들이 서로를 향해, 혹은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소설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그 기울기를 따라 계속 쓸 것 같다"며 "균형보다는 불균형, 완성보다는 흔들림에 대해 오래도록 이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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