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부산의 구포도서관에서 강의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정은주의 부산콘서트홀 프리렉처'를 강의 제목으로 했고요.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강의였습니다. 종종 강의를 의뢰받을 때마다 강연장소에 어울리는 주제를 고민하는데요.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문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이 마침 개관하니 겸사겸사 부산 시민들께 부산콘서트홀의 의미와 부산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돌아왔습니다.

지난달 20일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 부산콘서트홀이 개관했습니다.
지난달 20일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 부산콘서트홀이 개관했습니다.

강의를 준비할 때는 부산에 이런 멋진 공연장이 생겨서 기쁜 마음이었는데요. 언젠가 저도 그곳에서 좋아하는 연주회를 볼 수 있을 테니까요. 현재 개관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현재 공개된 하반기 공연 일정들 모두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무대로 풍성하더군요. 필자도 전부 가보고 싶을 정도로요. 그러나 강의를 마친 후 든 생각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습니다.

필자의 강의를 들으러 오셨던 약 40여 분의 부산 시민들 중에는 부산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의 티켓 예매에 성공한 분이 단 한 분도 안 계셨거든요. 그 점에 조금 놀랐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 필자의 강의에도 오셨을텐데, 2천 석 넘는 공연들의 티켓을 하루도 예매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요.

물론 제 강의에 오셨던 분들이 빛의 속도로 예매 진행을 하지 못하셨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부산 시장도 개관 페스티벌 음악회 티켓 예매를 성공하지 못했다"는 일부 지역 언론들의 기사를 보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부산콘서트홀은 부산을 위한 공간일까? 아니면 클래식을 위한 공간일까? 하는 생각으로요.

만약 부산을 위한 클래식이었다면 최소한 개관 페스티벌에서 잔디밭 야외 콘서트 말고 새로 지은 공연장에 부산시민들이 조금 더 예매가 쉬운 틀을 일시적으로라도 운용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물론 부산시가 주최한 이벤트 무료 티켓도 있었는데요. 개관페스티벌 중 단 한 공연한정, 신청 후 당첨된 200분의 부산시민들을 무료로 초청했는데요. 전체 객석의 약 10퍼센트에 해당하는 규모로, 다소 아쉬운 규모의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잠시 다른 이야기를 소개해드릴게요. 19세기 영국에서 기록된 여러 사료들 중에 오늘날 살펴봐도 유의미한 기록들이 전해지는데요.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않았을 때 음악회, 발레, 공연 등의 성공률이 무척 낮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주머니가 가득한 여유로운 시절에는 문화, 예술에 돈을 쓰지만, 반대의 시절에는 가장 먼저 문화 예술 분야에 지갑을 닫는다고요.

이 현상은 역사 속에서 계속 반복되었는데요. 오늘날에도 여전합니다. 19세기 영국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정부 관련 기관 등을 통해 예술가들과 공연장 측이 지원금 등을 받을 수 있는 정도랄까요.

클래식 음악회 유료 관객률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또 특정 스타급 연주자들의 공연 흥행만 반복 중인 우리나라 음악계에서 과연 부산이라는 곳에 새로 지어진 전문 콘서트홀이 진실로 활기찬 공간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여러 우려의 시선도 사실입니다. 필자가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종종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를 들여다볼 때마다 해마다 안타까운 소식들을 듣기에 더 걱정도 됐고요.

참 필자는 부산콘서트홀의 운영 기관명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우리나라 문화기관 중 유일하게 지역 이름과 클래식을 붙였거든요. 클래식부산이라니요! 지금 다시 소리 내어 읽어봐도 멋진 이름입니다.

그러나 이름값을 하는 지는 조금 천천히 지켜봐야할 것입니다. 또한 필자가 존경하는 음악가 중 한 분인 정명훈 클래식부산 초대 예술감독의 진두지휘로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만큼 훌륭한 공연들을 꾸준히 선보일 수 있다면, 부산 이외 지역에서도 기차나 비행기 혹은 자동차를 타고 부산콘서트홀의 고정 유료 관객층을 형성해 나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기관으로 그보다 더 이상적일 수도 없을 것입니다.

끝으로 부산을 위한 클래식인지 클래식을 위한 부산인지 클래식 음악과 부산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 지켜봐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분명 좋은 일입니다. 다시 한 번 부산콘서트홀의 개관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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