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디스플레이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중단한 충남 아산 2단지 조성사업이 수년째 표류 중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 디스플레이시티 2단지(A5 공장) 부지는 현재 일부 콘크리트 구조물만 남은 채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으며, 곳곳에서 부식 흔적도 발견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7년 아산 2단지 내 A5 공장 건설에 착수했지만, 공사는 수년째 멈춰선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현장을 담은 사진에는 붉게 녹슨 철제 구조물과 벗겨진 도장층, 변색된 외벽 등이 그대로 드러나며, 장기간 방치된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사업은 모바일 OLED와 대형 퀀텀닷(QD)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신공장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였다. 기존 OLED 라인인 A2·A3를 합친 것보다 더 큰 210만㎡ 규모 부지에 공장을 짓는 계획으로, 업계는 이를 삼성디스플레이의 '초격차 전략'으로 받아들였다.
당초 이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직·간접 고용을 포함해 5만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예상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당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공장을 직접 찾아 "디스플레이 강국의 출발점"이라며 해당 투자를 치켜세운 바 있다.
특히 이 라인에는 세계 최초로 폴더블 OLED 전용 공정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며, 인프라 구축에만 1조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8년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사업은 첫 고비를 맞았다. 2019년 공사를 재개했지만 곧이어 코로나19가 터지며 다시 중단됐고, 이후 투자 일정은 사실상 멈췄다. 일부 부지는 매몰 비용을 감수한 채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현재 1단지는 일정 부분 완공돼 일부 OLED 제품이 생산·판매되고 있지만, 2단지는 중국의 과잉 공급과 시장성 악화로 인해 전면 중단됐다. 공사 재개 여부 역시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내부에서도 사실상 실패한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정권용 보여주기 투자였다", "공장 짓다 만 지 수년째다", "저렇게 흉물이 되는거지", "중국 업체 망해야 다시 올릴 것"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공장 증설 대신 기존 라인 효율화와 해외 라인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폴더블 OLED 양산은 현재 아산 A3와 베트남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아산 2단지에는 실제 생산 공정조차 구축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는 해당 지역에 대한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을 약속해 대비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충남을 '미래형 디스플레이 산업 메카'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며, 아산 지역의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구상을 적극 강조했다. 그는 당시 "충남은 국제 경쟁력과 생산성을 갖춘 디스플레이 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며 "국산화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핵심 소재·부품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혁신공정 플랫폼 등 인프라도 구축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이 지역을 첨단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기조와 달리,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투자 중 하나로 꼽히는 아산 2단지는 수년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신규 투자 거점으로 계획됐지만 사실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업 자체가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산업 생태계 조성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꺾이고 있다.
아산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시티 2단지 공장 설립은 지역 산업과 고용에 있어 시에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하지만 수년째 별다른 진전 없이 답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규 공장 증설 대신, 기존 LCD 라인을 OLED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1단지 내 투자만 우선 진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재 8.6세대 IT용 OLED 라인 등 1단지 전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2단지 투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