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가산 IDC에 구축된 AI 데이터센터(AIDC) 모습. 사진=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가산 IDC에 구축된 AI 데이터센터(AIDC) 모습. 사진=SK텔레콤

SK그룹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 DC) 구축에 나서면서, 그룹 내 핵심 계열사 간 시너지 구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를 필두로 SK하이닉스·SK가스가 각각 반도체·전력 인프라를 담당하며, 대규모 AI 연산 수요에 대응하는 그룹 차원의 통합 전략이 본격 추진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달 중 AI DC 출범식을 열고, 오는 8월 기공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프로젝트는 수조원대 민관 합작으로 추진되며, SK텔레콤·SK브로드밴드가 SK케미칼로부터 약 283억원에 사들인 울산시 남구 황성동 일대 3만6000㎡ 부지에 조성된다. 2027년 11월까지 1단계 40여㎽가 가동되며, 2029년 2월까지 총 103㎽ 규모로 완공될 예정이다. 

해당 데이터센터에는 약 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투입돼 국내 최초로 100㎽급 GPU 전용 하이퍼스케일 AI 인프라가 구축된다. SK그룹은 이를 통해 동북아 대표 AI 연산 거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그룹은 울산 지역을 차세대 데이터센터 입지로 낙점했다. 업계에서는 고성능 연산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과 냉각 효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드문 조건이라는 점을 부지 선정의 주요 배경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룹 계열사인 SK가스가 구축한 에너지 인프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SK가스는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에 세계 최초 LNG·LP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인 울산GPS를 운영하고 있다. 1.2GW급의 이 발전소는 연간 90만~100만톤의 LNG를 소비하며, 대규모 전력 수요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로 평가된다. 울산GPS의 전력이 AI DC에 직접 공급될 경우, 고성능 연산 환경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또 SK가스가 운영 중인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서는 LNG 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열'을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냉열은 별다른 활용처 없이 버려지고 있었지만, AI DC가 주요 수요처로 연결되면 이를 서버 냉각에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운영비도 절감할 수 있다.

AI DC 구축은 또 다른 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의 기술적 시너지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기술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의 성능과 효율성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수요 공급을 넘어, AI 연산 인프라의 핵심 기술 기반으로서 기능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대규모 GPU 인프라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연결된다. 이는 하이닉스가 주력으로 공급하는 메모리 제품군과도 맞닿아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3월 MWC 2025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해 비(非)수도권 지역에 GPU 6만장, 소비전력 100MW급 하이퍼스케일 AIDC를 구축하겠다"며 "하이퍼스케일 AIDC는 회사 AI전략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며 향후 규모를 1~2GW급으로 확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거점화까지 구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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