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이 자리는 단순한 시상식이 아니라 AI 기술의 진화와 AI가 가져올 변화와 가능성을 상상하는 자리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CGV AI 영화 공모전' 시상식에서 정종민 CJ CGV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인공지능(AI)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AI를 빼면 이야기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산업 분야에서 AI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고, 콘텐츠 제작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며 "현재 기술력을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어느 정도 완성도 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궁금해 AI 영화 공모전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극장사 최초로 개최된 이번 공모전은 '히어로', '빌런', '자유주제'를 주제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10~20분 미만 분량의 작품을 대상으로 모집했다.

대상은 현해리 감독의 'The Wrong Visitor'가 차지했다. 이 작품은 의문의 백색 공간에서 붉은 문 너머로 짐승들을 배웅하는 늑대에게 인간의 몸으로 나타난 어린 양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현 감독에 따르면 한글 제목 대신 영어 제목을 택한 이유는 'The Wrong'이 갖는 '잘못된' 혹은 '길을 잃은' 의미 사이의 공백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현 감독은 "자살을 문턱에 둔 어떤 아이의 이야기"라며 "최근 저를 떠난 많은 친구를 생각하면서 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생각만 하던 이야기들이 AI라는 툴을 통해 개념이 실체가 되고, 콘텐츠가 되고, 영화로 만들어지는 이 시대를 사는 것이 축복"이라며 "AI 영화는 결국 인간 창작자가 AI의 도움을 받아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는 툴"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강대형 감독의 '0KB'는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74초의 기억을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기술을 소재로 삼았다.
영화는 심사를 맡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으로부터 "짧은 이야기 안에 세계관 설정, 인물의 목표, 반전까지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균형 잡힌 구성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감독은 "AI가 발전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이 상은 변화하는 속도에 다양한 시도를 해보라고 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우수상은 김영현 감독의 '은하의 고양이 택배'와 '피노키오: 비긴즈' 두 작품이 공동 수상했다. '은하의 고양이 택배'는 은하계를 누비는 택배 기사 맥스와 고양이 펠릭스가 의문의 물건을 배송하다가 생기는 SF 판타지 작품이다.
김영현 감독은 "어릴 때부터 '터미네이터', '프레데터' 같은 영화를 보며 상상 속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꿨다"며 "AI 기술의 발전을 보면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도 그만두고 도전했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우수상 수상작인 '피노키오: 비긴즈'는 과학자 제페토가 창조한 사이보그 피노키오에게 알 수 없는 기억이 떠오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피노키오 비긴즈'에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한 강다빈 에디터에 따르면 이 작품은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백설공주'의 리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강 에디터는 "AI에 대체될지 걱정하는 20대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영화 전문가도 아니었고 AI에 깊은 조예가 있지도 않았지만,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고작 20만원으로 만들어낸 영화였지만 그 많은 순간을 후회하지 않고 빛나게 생각하고 있다"며 "20대 청춘들에게 빛나는 열정과 눈을 잃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CJ ENM 특별상을 받은 김윤각 감독의 '페이퍼월드'는 오래된 동화책 속 종이로 만들어진 세계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모험을 그렸다. 김 감독이 대학 시절부터 기획한 작품으로 당시 3D로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AI 기술로 작품을 완성해 출품했다.

본선에 진출했지만 수상하지 못한 10편의 작품에는 본선 진출 인증서가 수여됐다. △조용한 집(강태경) △오늘도 고양이입니다.(김관오) △카메라, 액션, 좀비(김성현·정이경·이비호·진혜란·김필신) △MOTHER A.I.(박준서·배수민) △MEMORA(신대권·FARASOL) △Thanks for Calling(신동영·심지환) △최후의 사랑(김원모·임다슬·이성일·윤세영) △고해성사(장권호) △'너'의 선택은?(정필주) △프롬프트: 눈물을 흘려줘(강한서·최영은·최현유) 등이다.
CGV는 수상작 5편을 비롯해 본선 진출작 중 4편을 더해 총 9편의 AI 영화를 올여름 CGV에서 특별 상영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출품된 작품 수도, 완성도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도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며 "이번 공모전을 시작으로 AI 콘텐츠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상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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