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있는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관람객이 티켓을 예매하고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있는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관람객이 티켓을 예매하고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솔직히 1만5000원은 비싸다고 생각해요."

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 관객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편리함과 외출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1만5000원짜리 티켓을 들고 '굳이'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요일 오후의 영화관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위축된 영화 산업 분위기 속에서도 CGV용산아이파크몰은 상대적으로 관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팝콘 냄새가 진하게 퍼진 로비는 주말 오후치고 북적이지 않았고, 매점용 키오스크(무인주문기) 앞에서 팝콘과 콜라를 주문하는 관객은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지난 20일 오후 관람객들이 영화 '야당'을 관람하기 위해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관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지난 20일 오후 관람객들이 영화 '야당'을 관람하기 위해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관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IMAX관으로 향하는 발길도 있었다. 이날 관람한 영화는 지난 주말 동안 관객 약 60만명을 모은 '야당'으로, IMAX관 티켓 가격은 2만2000원이었다. 팝콘과 음료가 든 스몰세트(8000원)를 더하면 영화 한 편에 쓴 비용은 총 3만원이었다.

이는 2024년 기준 국내 소비자들의 월평균 OTT 지출액(1만500원)의 세 배에 해당한다. 단 한 편을 보기 위해 낸 금액은 한 달 동안 여러 편을 볼 수 있는 구독 비용과 비교되는 구조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관객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영화관 티켓 가격이 부담돼서'(54.2%)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3년 영화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2D 영화 관람 시 1만원 이상은 비싸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85%를 넘었다. 또 향후 지불 의향 금액으로는 '8000~1만원 미만'(56.5%)이 가장 많았고, '8000원 미만'도 28.9%에 달했다.

지난 20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 매점용 키오스크 모습. 사진=양찬혁 기자
지난 20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 매점용 키오스크 모습. 사진=양찬혁 기자

관객들의 '지불 의향 금액'과 실제 가격 사이의 틈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더 벌어졌다. 영화관 티켓 가격은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세 차례 인상됐다. 2018년 평일 기준 9000원이던 일반관 티켓은 2022년 1만4000원까지 올랐다.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은 1만5000원으로 불과 몇 년 사이 50% 넘게 오른 셈이다.

이제 관객은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가 아니라, '그 값어치를 할 만한 영화인가'부터 따지게 됐다.

이날 영화 '야당'을 관람한 한 연인은 "1만5000원의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통신사 할인이나 할인 쿠폰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각자의 이유로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 '플로우'를 보러 온 한 관객은 "리클라이너 좌석은 쾌적하고, 좌석 사이 거리도 넓어서 1만5000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영화 '아바타'처럼 영상미가 중요한 영화는 꼭 극장에서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 7층 모습. 사진=양찬혁 기자
지난 20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 7층 모습. 사진=양찬혁 기자

한 달에 5~6번 영화관에 온다는 한 관객은 "압도감 있는 큰 화면이 좋고, 개봉 시점에만 누릴 수 있는 포스터나 굿즈도 챙기는 재미가 있다"고 답했다.

OTT와 극장을 상황에 따라 나눠 본다는 관객도 있었다. '야당'을 관람한 한 관객은 "OTT는 생각난 영화를 바로 볼 수 있어 편하고, 극장은 신작을 빨리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둘 다 장단점이 있어 상황에 따라 이용한다"고 말했다.

'야당'을 관람한 또 다른 관객은 "요즘 티켓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영화를 계기로 가족과 외식이나 나들이까지 겸하다 보면 크게 아깝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 로비 모습. 사진=양찬혁 기자
지난 20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 로비 모습. 사진=양찬혁 기자

최근 몇 년간 극장 관객 수는 줄고 티켓 가격은 오르며, 영화관은 '비싼 선택지'가 됐다. 개봉작 수는 줄어들고 스크린을 찾는 이유가 다양해진 지금, 영화관은 점점 '가야 할 곳'이 아니라 '가기로 마음먹는 곳'이 된 셈이다.

실제로 관객 수 감소세도 뚜렷하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체 관객 수는 891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9%(115만명) 증가했지만, 1분기 누적 관객 수는 208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1009만명) 감소했다.

티켓값은 오르고, 관객이 체감하는 만족도는 그만큼 따라오지 못한다. 일요일 오후 3만원짜리 영화 한 편의 가격표는 관객의 발걸음을 가로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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