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 구축함 기본설계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 기본설계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구축함 사업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을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마찰을 빚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방위사업청이 KDDX 사업의 상생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양사 실무진 간 첫 회의를 주재했으며, 양측이 자율적으로 협의안을 도출하도록 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의 주재로 진행된 이번 회의는 KDDX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를 둘러싼 양사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첫 공식 조정 시도였다.

하지만 첫 회의부터 양사는 핵심 쟁점인 사업 참여 방식을 두고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수행한 이력을 바탕으로 상세설계와 건조 역시 자신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공동주도' 방식이 아닌 하청 형태의 참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양사 실무진이 매주 1~2회 정례적으로 만나 협의를 지속할 것을 권고했으며, 협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KDDX 관련 분과위원회 활동도 잠정 중단될 예정이다. 

협의 방식은 방사청 관여 없이 양사 간 필요에 따라 자체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과 각각 따로 만나 의견을 조율하는 형태로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핵심 방위사업의 주도권을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이번 갈등은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방산업계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DDX 사업은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개발 프로젝트로, 총 사업 규모는 약 7조8000억원에 이른다.

오는 2030년 10월 실전 배치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으로 인해 방사청이 사업자 결정을 미루면서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지연되는 상황이다. 

핵심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사업 각 단계에서 서로 다른 설계 경험을 쌓아오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2년 개념설계를 수주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초기에 사업을 선도했지만,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으면서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KDDX는 대한민국 해군의 차세대 전략 전력을 담당할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방위산업 기술력 확보와 수출 기반 마련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만큼 사업자 선정 과정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방사청은 "4월 내 KDDX 사업 방식에 대한 안건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양사와의 협의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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