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구축함 사업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K)' 사업자 선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한국 방위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프로젝트가 1년이 넘게 지체되자 방위산업청의 빠른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KDDX 사업 방식 논의를 위해 지난 27일 열 예정이었던 사업분과위원회를 연기했다.
당초 방사청은 지난 17일 열린 분과위에서 해당 안건에 대해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27일 분과위를 재차 소집해 사업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이 조차 무산된 상황이다.
KDDX 사업은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으로 사업 규모는 7조8000억원에 달한다. 2030년 10월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방사청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핵심 경쟁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으로, 한화오션은 2012년 개념설계를 수주하며 사업을 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따내면서 사업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HD현대중공업은 그간 관행대로 기본설계를 수주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도 맡아야 한다며 '수의계약'을 주장하고 있다. 수의계약은 일정 요건을 갖춘 상대방을 선택해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방사청 개청 이래 19차례 함정 설계에서 충무공이순신함을 제외하면 모두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상세설계까지 맡아 왔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 기밀 유출 사고 전력을 감안해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직원들이 해군 군사 기밀 자료를 불법으로 촬영해 사내 내부망에 공유한 사건으로 지난 11월 항소심에서 전부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만약 경쟁입찰로 방식이 정해진다면 한화오션이 유리한 입장이다.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방식 외에도 방사청은 양사 중 1·2순위 업체를 선정하고 선도함을 제외한 후속함 5척을 나눠 배분하는 '양사 공동개발'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도 공동개발 방식을 해결책으로 보고 있지만 각 사의 영역을 나누는 과정에서 갈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은 한국 방위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프로젝트로 사업자 선정이 계속 지연되는데 따른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결정이 늦어질 수록 양사의 해외 수주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사청의 빠른 결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