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가 부진한 백화점 실적과 달리 F&B(식음료) 사업 확장에는 적극적이다. 2023년 한화솔루션에서 리테일 부문을 인적 분할해 설립한 이후 파이브가이즈·와인·음료 등 식음료 사업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영훈 대표는 "식음료 회사인 퓨어플러스 인수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제조·유통 사업인 베러스쿱크리머리 법인화를 결정했다"며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사업 전환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갤러리아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전년 대비 68.1% 감소했다. 당기순손실도 188억원에 달하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최근 몇 년간 주력한 식음료 사업은 2023년 104억원에서 지난해 640억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한화갤러리아는 2023년 에프지코리아를 설립하고 글로벌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를 들여왔으며, 비노갤러리아를 통해 백화점 기반 프리미엄 와인 수입·유통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는 빈스앤베리즈 운영사인 한화비앤비와 비알콜 음료 전문기업 퓨어플러스 지분을 잇따라 취득하며 식음료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여기에 지난 1월 신설한 베러스쿱크리머리를 통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사업에도 본격 나섰다.

특히 파이브가이즈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오민우 에프지코리아 대표가 베러스쿱크리머리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려, 브랜드 확장에 다시 한 번 중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건물을 895억원에 취득해, MZ세대를 겨냥한 복합 공간 개발에 나섰다. 이 부지에는 이달 중 파이브가이즈 7호점과 함께 베러스쿱크리머리 본사 입주도 예정돼 있어, 향후 관련 매장 개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이러한 F&B 확장이 백화점 본업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2023년 말 기준 한화갤러리아의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백화점 90%, 식음료 10% 수준이다.

백화점 부문은 갤러리아 명품관을 중심으로 고급 브랜드에 특화돼 있지만, 명품 브랜드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에 달해 실적이 명품 소비 흐름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국내 명품 소비로 전환된 수요에 힘입어 호조를 보였지만, 이후 해외소비 회복과 구매채널 다변화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추세다.

동종 업계가 식품관 고도화·팝업스토어 유치 등 내부 리뉴얼에 집중하는 가운데, 한화갤러리아는 외부 브랜드 기반의 F&B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최대 규모 디저트 전문관을 개설했으며, 현대백화점도 다양한 팝업 콘텐츠로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상대적으로 수익성과 확장성이 높은 F&B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파이브가이즈 국내 매장 4곳이 전 세계 매장 매출 순위 '톱10'에 오르며 성과를 입증했고, 올해 일본 시장 진출도 예정돼 있다.

최근 F&B 업계는 오프라인 기반 체험 요소, SNS 노출 적합성 등을 바탕으로 브랜드 파워를 키워가는 흐름이다. 아이스크림 사업 진출 역시 이러한 시장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인 퓨어플러스의 해외 유통망을 활용하면, 향후 식음료 부문 해외 판매 채널 확대도 가능하다.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F&B 신사업이 한화갤러리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브랜드 인지도 확보, 매장 확장, 손익분기점 도달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무리한 확장 대신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이 관건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신사동 건물은 파이브가이즈 7호점 외에도 다양한 활용을 고민 중"이라며 "업무 효율 제고를 위해 에프지코리아 본사를 신사동 건물로 이전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