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에서 열린 '악연' 제작발표회에 이일형 감독과 배우 공승연, 이광수, 김성균, 김희준, 신민아, 이희준이 참석해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다음 화를 누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으로 첫 시리즈 연출에 도전한 이일형 감독은 31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에서 열린 '악연'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6개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동안 긴장감을 가지고 볼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며 "영화와는 작업 방식의 차이가 있었지만, 좋은 연기와 연출, 화면을 담는 본질은 같았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악연'은 각자의 욕망을 가진 6명의 인물이 얽히고설켜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에 갇히는 범죄 스릴러다. 영화 '검사외전'(2016), '리멤버'(2022)를 만든 이일형 감독의 첫 시리즈 작품으로, 카카오웹툰 '악연'을 원작으로 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이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해수, 신민아, 이희준, 김성균, 이광수, 공승연이 참석했다.

이 감독은 시청자들이 인물 간의 얽힌 관계를 따라가며 긴장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 그는 "시청자들이 6명의 캐릭터가 어떻게 악연으로 엮였는지 한 번에 알아가기보다 실타래처럼 풀어가면서 알아가기를 원했다"며 "6부작이 끝날 때 '이 제목은 악연일 수밖에 없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연출했다"고 강조했다.

'악연'의 대본에는 '안경남', '목격남' 등 인물들이 이름이 없이 등장한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이 감독은 "대본 작업 과정에서 캐릭터성을 살려야 하는 필요가 있었다"며 "배우, 관계자, 스태프 등 대본을 읽는 사람이 몰입해 읽을 수 있도록 대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악연'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한밤중 의문의 사고를 목격하는 '목격남'을 연기한 박해수는 "'목격남'은 사건을 방관하고 무마하려는 의문스러운 인물이며,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봤다"며 "공감할 수 없는 점이 많았지만,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한 '목격남'이 순차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에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신민아는 과거의 상처로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외과 의사 '주연'을 연기했다. 그는 "과거의 큰 트라우마를 겪고 지금은 외과 의사로서 일하고 있는 '주연'은 고통에 매일 잠을 못 자고 사는 인물"이라며 "과거의 트라우마로 생긴 현실의 고통을 깊이와 무게감 있게 표현하려고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악연'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이희준이 연기한 '사채남'은 코인 투자 실패로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인물이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사망 보험 증서를 발견하고, '길룡'(김성균)에게 살인 청부를 맡긴다.

그는 "'사채남'의 계속되는 나쁜 선택이 결국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며 "'사채남'은 '햄릿'처럼 결정을 내릴 때 내적 독백을 많이 하며, 머리를 써서 최선의 선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김성균은 일자리를 잃고 막다른 길에 몰리면서 가족을 위해 '사채남'의 악한 제안을 받아들이는 '길룡'을 맡았다.

그는 "'길룡'은 가족들에게 가장이자 울타리이지만, 누군가를 만나서 악인이 된다"며 "'길룡'을 연기하면서 악인과 선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그의 이중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악연'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악연'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남부러운 것 없이 성공한 한의사 '안경남' 역으로 변신한 이광수는 "'안경남'은 여자친구 '유정'과 교통사고를 내면서 사건을 덮으려고 악연에 빠져드는 인물"이라며 "'안경남'은 그 사건 이후로 점점 처절해지고 치졸해지는데, 이런 과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고,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안경남'이 가진 찌질함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공승연은 '안경남'의 사고를 모르는 척 동조하며 악연으로 빠져드는 여자친구 '유정'으로 분했다. 그는 "연인이었던 관계가 한순간에 악연이 되면서 만들어지는 상황에 집중하려고 했다"며 "팜므파탈 매력의 '유정'을 소화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으며, 현장에서 '유정'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불리면서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악연'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특별 출연한 조진웅, 김남길의 등장도 작품에 긴장감을 더했다. 이 감독은 "두 배우가 연기한 역할이 크지만, 분량 자체가 많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며 "두 배우의 등장은 작품을 풍성하게 채웠으며,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일형 감독은 스릴러라는 장르적 틀에 갇히지 않고 작품 고유의 분위기와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음악에도 공을 들였다.

이 감독은 "스릴러라는 장르에 함몰되거나, 너무 진지하고 묵직한 음악으로 극의 분위기를 무겁게만 가져가지 말고, 조금 더 흥미를 끌 수 있는 트렌디한 음악 톤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욕망과 선택이 빚어낸 얽히고설킨 여섯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범죄 스릴러 '악연'은 4월 4일 오후 4시, 넷플릭스에서 총 6부작으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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