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에서 발생한 882억원 규모 부당 대출에 배우자와 입행 동기 등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퇴직 직원이 배우자, 입행 동기, 지점장 등과 공모해 허위 증빙 자료를 제출하고 대출을 실행한 정황이 포착됐다.

금융감독원은  기업은행이 부당대출 관련 사실을 알고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고, 사건을 축소·은폐한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이해관계자 부당거래에 대한 검사 사례'를 통해 기업은행의 부당대출 사례를 공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에서 14년 근무 후 퇴직한 A씨는 배우자(심사역), 입행 동기(심사센터장, 지점장) 등과 공모해 대출 관련 증빙 자료와 자금 조달 계획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통해 총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실행했다.

A씨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약 7년간 배우자와 입행 동기 등과 공모해 허위 증빙을 통해 토지 매입, 공사비 충당 등 명목으로 부당대출을 실행했다.

지난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기업은행의 한 지점장과 A씨의 배우자인 심사센터 심사역은 A씨가 허위 증빙을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64억원의 부당대출을 승인했다.

A씨는 지식산업센터 공사비 충당 명목으로 59억원의 부당대출을 추가로 받았다. 심사역인 배우자가 허위 자금 조달 계획을 작성하고 지점장과 다른 심사역이 이를 묵인한 채 대출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건설사의 청탁을 받아 입행 동기인 심사센터장 B씨 등 3명에게 부당대출 78억원을 주선하기도 했다.

A씨가 운영 중인 법인에도 138억원의 부당대출이 실행됐는데, 법인 중 일부는 심사센터장 B씨의 친인척이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기업은행의 전·현직 임직원과 사모임 5개에 참여하며 골프 접대와 금품을 제공했다. 기업은행의 부당대출 관련 임직원 8명은 배우자가 A씨의 차명 운영 회사에 취업해 급여를 수령했으며, 총 15억7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당대출 관련 임직원 10명을 포함해 총 23명이 국내외(필리핀 등)에서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A씨의 배우자는 2020년 9월 사업성 검토서상 자금 조달 계획을 허위로 작성해 지식산업센터 공사비 조달 목적의 대출 59억원을 승인했고, 지점장과 다른 심사역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센터장 B씨는 친인척이 운영하는 법인에 자금 용도를 허위로 기재하고 27억원의 부당대출을 실행했으며 이를 대가로 2년6개월 동안 9800만원을 수수한 사실도 드러났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부당대출 잔액은 535억원으로, 이 중 95억원(17.8%)이 부실화된 상태다. 금감원은 대출 돌려막기 등이 어려워지면서 부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지난해 9월 A씨와 입행 동기의 비위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금감원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사 기간 중 부서장 지시로 직원 6명이 271개 파일 및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금감원 검사를 방해한 사실도 드러났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A씨와 입행 동기의 비위 행위 제보를 받고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검사 과정에서 내부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 차원의 사건 은폐 정황이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사건 경위를 허위로 기재하고 금품 수수 내역 등을 누락한 채 금감원에 축소 보고했다"며 "검사 기간 중에도 사건 은폐를 위해 조직적으로 내부 자료를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사가 사고 발생 시 평판 저하를 우려해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이 크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 및 내부 통제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기업은행에 대해 엄정한 제재를 예고했으며 관련 임직원에 대해 형사 고발 등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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