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본점 전경. 사진=각 사.
4대 금융지주 본점 전경. 사진=각 사.

국내 금융지주 이사회가 '거수기'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올라오는 안건에 무조건 찬성한다는 비판이다.

금융당국이 이사회 다양성과 견제 기능을 강조했지만 지난 10년간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부결된 안건은 7개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5일 '4대 금융'으로 불리는 주요 금융지주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부결된 안건은 7건에 불과했다.
 

사진==김혜민 기자
사진==김혜민 기자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2014년부터 2024년까지 각각 43건, 35건의 안건이 상정됐고 5건, 2건의 안건이 부결됐다.

신한지주는 같은 기간 이사회에서 35건의 안건을 처리했고 모든 안건이 가결됐다. 우리금융지주는 2019~2024년까지 30개 안건이 올라 가결 처리됐다.

KB금융은 2020년, 2022년, 2023년 총 3차례에 걸쳐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이 부결됐다.

2023년에는 추가로 노동조합이 정관 일부 개정을 통해 주주제안 관련 조항을 수정하고자 했으나 일부 이사진이 주주제안 상정 기준이 지나치게 완화될 수 있고 주주제안 남용 가능성을 우려해 반대했다.

하나금융지주는 2015년 이사회 규정 개정, 감사위원회 규정 개정이 부결됐다. 각 개정안은 이사회 윤영 규정을 강화, 감사위원 선임 및 감사 범위 축소 관련 내용이었으나 이사회 권한이 집중과 감사 독립성 약화 우려로 반대의견이 나왔다.

전체 안건 대비 부결 비중은 KB금융 3.1%, 하나금융지주 1.4%,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부결 안건이 단 한 건도 없어 0%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불참, 보류를 제외한 명시적 반대도 많지 않았다. 가장 많은 KB금융이 5건이었고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는 4건으로 나타났다.
 

사진=김혜민 기자
사진=김혜민 기자

해당 기간 이사회에 상정한 안건 수는 KB금융 160건, 신한지주 152건, 하나금융지주 144건, 우리금융지주 185건이다.

반대표가 나온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 △이사회 구성 △정관변경 △경영진 보상 및 제도개선 △분기배당 실시 △장기성과급 지급 등 안건이다. 안건 자체는 이사회 다수가 찬성 의사를 표시하며 대부분 가결됐다.

해외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와 비교하면 국내 금융지주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은 더욱 선명해진다.

미국 JP모건체이스는 2022년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급여와 장기성과급 책정안을 두고 이사회가 재검토를 요구하며 경영진과 충돌한 바 있다.

스위스 UBS의 경우 주주와 이사회 간 소통이 특히 활발하다. 2023년 UBS 이사회는 크레디트 스위스 인수 이후 더 적합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CEO를 랄프 해머스(Ralph Hamers)에서 세르지오 에르모티(Sergio Ermotti)로 교체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눈에 띄는 안건이 많이 올라오지 않기도 하지만 이사 후보 외부 추천 비율을 높이고 이사회 역할과 책임소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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