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곳은 서초구에 위치한 "구룡산둘레길"이다. 서울둘레길9코스(대모산~구룡산) 중 일부 구간이다. 구룡산 정상이 아닌 능선길을 따라 양재시민의 숲까지 걷는 코스로 전체 거리는 7km 내외로 2시간반 정도 소요된다. 초보자라면 조금은 긴장을 하고 걸어야 한다. 이번 트레킹에는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동행을 했다.
구룡산의 높이는 306m이다. 하지만 구룡산 정상을 오르는 것이 아니고 산허리를 따라 둘레길을 걷는 것이니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구룡산이라는 이름은 옛날 임신한 여인이 용 열 마리가 승천하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치는 바람에 한 마리가 떨어져 죽고 아홉 마리만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붙여졌다. 하늘에 오르지 못한 한 마리의 용은 좋은 재목, 좋은 재산인 물이 되어 양재천이 되었다고 한다. 산에 대한 유래를 알아가는 것도 참 재미있다.

개포동역(수인분당선)에서 하차해 7번 출구로 나와 도로 끝까지 직진하면 우측으로 아파트단지 공원과 연결된 구름다리를 마주한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바로 구룡산이다. 최근에 눈이 많이 왔지만 날씨가 많이 풀려서 눈이 거의 녹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늘진 곳은 아직도 많이 쌓여 있었다.
일부 구간은 얼어 있어 아이젠이 필요할 정도로 미끄러웠다. 둘레길이라고 너무 얕보고 온 것 같아 벌을 받은 느낌이었다. 동행한 후배는 초보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젠과 스틱까지 준비해 필자를 더 무안하게 만들었다.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트레킹을 시작한다. 주말 아침이라 산을 오르는 분들이 꽤나 많았다. 둘레길보다는 구룡산 정상을 오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초반 둘레길 코스가 산허리를 타고 도는 그늘진 구간이라 눈이 녹지 않아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더 힘들게 걸었다. 미끄러져 다치지 않도록 한 발 한 발 집중해서 내딛었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다. 설산을 걷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구룡산은 대모산과 하나의 줄기로 연결되어 있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가게 되면 대모산둘레길이고 우측이 구룡산둘레길이다. 대모산둘레길은 4km내외로 거리가 짧지만 구룡산둘레길은 7km나 되는 거리에다가 오르내림이 있어 난이도가 조금은 있는 코스이다.
후배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다 보니 개암약수터가 눈에 들어온다. 1988년도에 개발된 약수터로 음용이 가능한 약수터이다. 가물어서 그런지 약수터 물줄기는 꽤나 가늘었다. 약수터 주변은 정자와 체육시설로 잘 정비되어 있었다.

둘레길을 걸을 때 가장 듣기 좋은 것이 새소리인데 구룡산은 너무나 고요하고 조용하기만 하다. 너무나 고요하다 보니 후배와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린다. 약수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난 후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얼마나 걸었을까 둘레길 한 귀퉁이에 돌탑이 세워져 있다. 둘레길을 걸을 때마다 보았던 여느 돌탑보다는 크기가 작았지만 돌탑이 주는 편안함은 그대로였다. 돌탑을 지나 계속 걷는다.

그늘진 곳은 눈이 녹지 않아 걷는데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는데 산허리를 돌아 햇볕이 잘드는 능선길은 눈이 다 녹아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같은 산 아래에서 봄을 시샘하는 겨울과 새로운 계절을 알리는 봄을 동시에 즐긴다.
능선길을 걷다 보면 나무사이로 멀리 청계산과 관악산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공기가 탁해서 선명하게 주변 경치를 감상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날씨 탓에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능선을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구룡산둘레길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다행스럽게도 눈길에 미끄러지는 불상사는 없었다. 산아래로 내려와 도로길을 걸어 양재시민의숲역(신분당선) 방향으로 향한다. 이곳에는 유명한 양재꽃시장이 있어 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둘러보는 것도 좋다.
양재꽃시장이 워낙 넓어 이곳저곳 둘러보면 1시간이상은 걸린다. 지하철역 인근에는 전통시장은 따로 없지만 먹자거리가 조성되어 양재천을 가로질러 양재역까지 수많은 음식점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 많은 가게들이 장사가 될 지 걱정이 앞선다. 후배와 함께 먹자거리를 걷다 사람들로 길게 늘어선 맛집을 찾아 대기표를 받고 기다린다. 평소보다 난이도가 조금 있고 긴 코스여서 그런지 다리도 좀 뻐근하고 여느 때보다 더 배가 고팠다. 후배와 함께 막걸리 한잔에 주린 배를 채우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이번주가 지나면 날씨도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올 것 같다. 2월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곧 봄을 알리는 3월이 온다. 봄과 가을은 트레킹 하기에 너무나 좋은 계절이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며 함께 걷고 또 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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