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해외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국내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1개월 간 유예했다.
당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4일 시행할 예정이었다. 이에 해당 국가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고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나 제3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명령 시행은 연기 됐지만 불씨는 살아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국 세탁기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던 '세이프가드'가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미국 NBC 방송 인터뷰에서 본인의 업접으로 세이프가드를 꼽은 바 있다.
이에 미국 내 가전제품 판매 1위를 놓고 경쟁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미 수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졌다. 양사는 멕시코 생산라인 일부를 미국으로 옮겨 현지 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양사 모두 멕시코 생산량 조절에 이미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 케레타로에서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을 제조하는 가전 공장을, 티후아나에서 TV 공장을 가동 중이다. LG전자는 멕시코 몬테레이에 가전 공장, 라모스에 전장 공장, 레이노사에 TV 공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우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세탁기 공장을, LG전자의 경우 테네시주에 세탁기 및 건조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모두 세이프가드 시행됐던 지난 2018년 구축한 시설이다.
공식적으로 삼성전자는 고율 관세에 따른 대미 전략 수정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 현지 구축에 시간이 걸리는 TV와 냉장고는 베트남이나 헝가리 등으로 수출 기지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세탁기와 건조기까지 함께 생산하며 현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는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을 중남미 물량만 소화할 수준으로 조절하고 미 테네시주 세탁기·건조기 공장에서 냉장고까지 함께 제조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창태 LG전자 CFO는 "공급망 변화가 필요하면 기존 생산시설 조정과 함께 유통업체와 협력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TV의 경우 국내나 베트남에서 생산해 수출하거나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창우 LG전자 테네시 공장 법인장은 "냉장고뿐만 아니라 TV 등 다른 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다"면서 "그런 상황이 됐을 때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그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약 단계일 때부터 관세 인상을 미리 대비한 기업들이 많아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생산지 다변화에 따른 단기적인 미국 수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