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3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담배소송 항소심의 제11차 변론이 15일 서울고등법원 동관 583호 법정에서 진행됐다.
건보공단은 2014년 4월 담배회사 3곳을 대상으로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며 11년째 법정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2020년 11월20일 1심 선고 결과 건보공단이 패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대상자들이 흡연에 노출된 시기와 정도, 생활습관, 가족력 등 흡연 외 다른 위험인자가 없다는 사실들이 추가로 증명되어야 한다며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건보공단이 즉시 항소하며 현재 11차 변론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이번 변론에서는 흡연과 폐암‧후두암 발병 간 인과관계 쟁점(이하 '인과관계 쟁점')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핵심은 △흡연과 폐암 등 발병의 역학적 인과관계 △소송대상자들의 개별 인과관계 판단 △피고 위법행위와 소송 대상자들의 폐암 등 발병 간 인과관계 인정 여부다.
건보공단은 흡연과 폐암‧후두암 발병 간 인과관계는 역학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정되어야 하며, 의무기록 등 그간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소송대상자 3465명의 개별 인과관계도 입증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건보공단은 소송 대상자들의 의무기록 상 과거력(폐 질환 발생 이력), 가족력(유전요인), 음주력 및 직업적 요인을 검토해 관련 위험 요인이 없는 대상자들은 더욱 담배에 의한 폐암 발병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심과 달리 개별 인과관계가 확실한 대상자 위주로 집중 변론을 펼친 것이다. 이는 앞선 1심에서 법원이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흡연력 외 질병 상태의 변화, 생활습관, 가족력 등 다른 개별적 요인들에 대한 추가 증명을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인 증명을 하기 위함이다.
추가로 건보공단 측은 최신 연구 논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 의견서, 고도흡연자 질적 연구의 신뢰도 및 객관성 입증을 위한 연구자 진술서와 흡연 피해자 진술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담배가 폐암 등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은 과학적‧의학적으로 입증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간접흡연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며 흡연과 폐암 사이 명확한 인과관계를 강조했다.
이어 "설령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도 담배는 충분한 기여인자로서 암 진행 속도와 중증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담배회사가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발표했다.
이 외에도 정 이사장은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의 중독성 문제를 회사측이 방치했으며, 흡연의 중독성 및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고 위험성 관련 정보알림을 지연시킨 사실에 대해 회사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담배회사가 판매한 담배가 일으킨 중독, 질병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권을 부정하는 중대한 오류가 될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해 법원이 정의로운 결정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항소심 12차 변론일은 오는 4월23일이다. 특이사항이 없는 한 이를 마지막으로 변론이 종결될 예정이다.
한편 정 이사장은 이후 진행된 짧은 인터뷰에서 "12차 변론도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다. 원고가 패소할 경우 대법원까지도 갈 생각"이라며 담배소송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