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레터' 포스터(왼쪽)와 영화 '색, 계' 포스터. 사진=워터홀컴퍼니, 디스테이션
영화 '러브레터' 포스터(왼쪽)와 영화 '색, 계' 포스터. 사진=워터홀컴퍼니, 디스테이션

극장가의 '시간여행'이 이어지고 있다. 예매 현황판에서 추억의 영화 제목을 접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과거와 현재의 영화가 한 스크린에서 어우러졌다. 오래전 개봉했던 명작들이 다시 관객들을 찾아오면서 극장가의 상영작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재개봉 영화는 2023년 48편에서 2024년 84편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달에는 '러브레터', '색, 계', '더 퍼스트 슬램덩크', '렛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 6편의 영화가 다시 상영됐으며, 애니메이션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과 영화 '도어즈'는 오는 22일과 23일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재개봉 영화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신작 부족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쌓여있던 '창고 영화'가 대부분 지난해 개봉된 데다, 올해 주요 배급사들의 신작도 줄었다.

주요 배급사들의 올해 라인업을 보면 쇼박스는 5편, 롯데엔터테인먼트와 바이포엠스튜디오는 각각 7편을 선보일 예정이지만, 매년 7~8편을 개봉했던 CJ ENM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을 포함해 2편만 내놓을 계획이다. 배급사 NEW 역시 2편에 그쳤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포스터(왼쪽)와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포스터. 사진=롯데시네마,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이터널 선샤인' 포스터(왼쪽)와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포스터. 사진=롯데시네마, 그린나래미디어

극장들은 이런 상황에서 재개봉 영화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GV는 매월 1편의 작품을 선정해 약 2~3주간 상영하는 '명작을 어필하다, CGV 월간 재개봉 어바웃 필름' 프로젝트를 지난해 11월 선보였다.

롯데시네마는 지난달 18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짐 캐리 주연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단독 재개봉했으며, 제72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과 퀴어종려상을 수상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오는 16일 단독 재개봉한다.

메가박스도 오는 28일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대표작 '멜랑콜리아'를, 오는 2월 12일에는 아카데미·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단독 재개봉할 예정이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개봉 당시 영화를 관람했던 관객들은 그때 향수를 자극해 다시 한번 감동을 되새길 수 있다"며 "재개봉으로 처음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검증된 명작을 볼 수 있기에 다양한 관객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영화가 개봉했던 당시의 추억을 간직한 이들이 현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문화의 장도 마련될 수 있다"며 "4K 리마스터링과 스페셜관 상영 등 오로지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몰입감을 제공해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끄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옛날 작품을 새롭게 느끼는 젊은 층의 수요도 있으며 재개봉작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새 영화처럼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어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1월 독립·예술 영화 부문에 재개봉 영화 '노트북'과 '롱레그스'가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사진=영화진흥위원회 자료 갈무리
지난 6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1월 독립·예술 영화 부문에 재개봉 영화 '노트북'과 '롱레그스'가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사진=영화진흥위원회 자료 갈무리

재개봉 영화는 안정적인 흥행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4월 재개봉한 일본 영화 '남은 인생 10년'은 재개봉 관객 수 약 43만명을 동원했다. 같은 해 10월 개봉한 영화 '노트북'은 일일 박스오피스 3위까지 올랐으며, 약 19만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재개봉 영화의 편수는 관객들의 관심과 수요에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명작 재개봉에 관객들의 수요가 꾸준히 존재한다"며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에 정기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화관이 하는 역할은 새로운 영화를 선보이는 큰 플랫폼과 같아 주요 콘텐츠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며 "다만 앞으로도 과거의 명작들을 보고자 하는 관객들의 수요가 있기에 특정 영역에서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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