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차기 행장 후보군은 묘연한 상태다. 연임 불씨가 살아있지만 분위기 환기를 위해 새 인물이 선임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면서 차기 후보군에도 관심이 쏠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병규 행장은 올해 12월 31일 임기를 마친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행장 선임 당시 꽤 공을 들였다.
임 회장은 우리은행장 선임에 앞서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만드는 게 감독당국과 금융정책에 응답하는 방법"이라며 그룹 승계 프로그램을 지휘했다.
지난해 3월 말 자회사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처음 열렸고 조 행장은 7월 3일이 되어서야 행장 자리에 올랐다. 선별에 두 달을 넘게 쓴 셈이다.
최종 후보에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후보를 두 명씩 선정해 내외부 잡음을 차단하기도 했다.
임 회장이 후보 검증에 오랜 시간을 쓴 것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서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연임을 포기하고 용퇴를 선언했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연임이 예상되는 금융지주 회장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스스로 용퇴를 선언한 조용병 전 신한지주 회장은 "존경스럽다"고 치하했다.
손 전 회장은 DLF 사태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라임펀드 사태 관련해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을 물어야 된다는 게 정부 뜻"이라고 강조하며 손 전 회장을 압박했다.
결국 손 전 회장은 사법 리스크를 떨쳐냈음에도 "세대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용퇴를 선언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손 전 회장이 경영력에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완전판매 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당국이 여러 차례 모범적인 승계를 강조한 만큼 우리금융의 행장 선정 과정은 큰 호평을 받았다.
조 행장 연임이 결정되는 경우 자추위 소집은 필요치 않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연임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 행장은 임기 시작 이후 '순이익 1위'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내세웠으나 은행 중 가장 적은 순이익을 내며 횡보 중이다.
내부통제도 문제다. 조 행장 취임 이후인 지난해 6월 우리은행 A센터에서는 대리급 행원이 기업고객 서류를 조작해 약 100억원의 현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지점장이 자리에 없어 실무자가 결재하거나 점이 대출금을 고객 계좌가 아닌 지점에 보내주고 아무런 추적과 감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지난 10월에는 B영업점에서 시행사 주거용 오피스텔 분양대금 대출과 관련한 허위서류를 걸러내지 못하고 55억원 상당의 대출을 내줬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지난 8월 금감원이 적발한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상 부당 대출 사건 역시 조 행장 재직 시기와 겹친다.
우리금융 측은 "올해 초 문제를 인지하고 덮거나 비호함 없이 자체적으로 바로 잡아보고자 했으나 지금과 같이 상황이 확대된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문을 내며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에둘러 밝혔다.
조 행장의 연임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태이지만 우리금융은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26일 첫 자추위가 열렸지만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는 내용 외에 후보군 롱리스트 선정 여부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10월 31일 이사회를 열었으나 우리금융은 "자회사별 주요현안과 내년 중점 추진사업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조 행장의 임기 만료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우리금융은 이달 중 후보 선정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