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에룬 크리스탈신소재 총괄이사. 사진=홍인택 기자
허위에룬 크리스탈신소재 총괄이사. 사진=홍인택 기자

크리스탈신소재가 풍부한 현금자산을 바탕으로 그래핀 생산을 위한 원료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밸류업을 위한 자사주 매입도 검토에 나선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크리스탈신소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6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0.2% 증가했다. 유동비율은 859.4%로 부채보다 현금이 압도적으로 많다. 총 자산 중 현금 자산 비중만 따져봐도 약 40% 수준이다.

크리스탈신소재는 이익률이 높은 그래핀 신소재 제조를 위한 원료 확보를 최우선으로 현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흑연 광석 채굴기업인 중타이화룽 인수를 진행하고 있으나, 정부 허가 등 절차가 까다로워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크리스탈신소재는 마냥 기다릴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그래핀의 기초 원료를 취급하는 기업 인수도 고려하고 있다. 허위에룬 총괄이사는 "좋은 그래핀을 생산하려면 원료 확보가 중요하다"라며 "초기 원료생산업체 인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탈신소재의 그래핀 무인양산시설. 사진=홍인택 기자
크리스탈신소재의 그래핀 무인양산시설. 사진=홍인택 기자

그래핀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래 산업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크리스탈신소재에 따르면 직접 생산한 그래핀이 무역상사를 거쳐 중국 방산업체에 최종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핀은 현재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우주·항공·방산업계에서 그래핀 특성을 살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그래핀은 양산 기술을 갖춘 기업 자체가 드물다. 허 총괄이사는 "2016년에는 그래핀을 생산한다는 기업이 6000개였다가 2018년에는 2000개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4~500개 정도 됐는데 그 중 제대로 양산하는 기업은 아마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이중치우 대표는 그래핀 학회에서 양산 기술에 대한 키노트 연설을 도맡기도 했다.

직접 방문한 그래핀 공장은 완전 무인공장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상반기까지 그래핀 생산실적은 전년 동기에 비해 2배가 늘어난 12톤이다. 가동률은 80%를 상회한다. 

크리스탈신소재는 지난 3월 위에펑운모 인수를 완료했다. 천양 위에펑운모 총괄이사(왼쪽)와 허위에룬 크리스탈신소재 총괄이사(오른쪽). 사진=크리스탈신소재
크리스탈신소재는 지난 3월 위에펑운모 인수를 완료했다. 천양 위에펑운모 총괄이사(왼쪽)와 허위에룬 크리스탈신소재 총괄이사(오른쪽). 사진=크리스탈신소재

크리스탈신소재는 빠르고 기민한 현금 활용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에는 370억원을 들여 핑장소재기술유한공사 인수를 완료했다. 해당 자회사는 핑장현위에펑운모신소재유한공사의 모회사다. 크리스탈신소재에서 운모 페이퍼 등 업스트림 제품을 공급하면, 손자회사에서 전기차 배터리 난연재 판넬 등을 만들고 BYD나 CATL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핑장현은 운모 산업단지로 구성돼있다. 전세계 운모 관련 제품의 60~70%는 핑장현에서 생산된다. 크리스탈신소재가 인수한 곳은 핑장현 내에서도 업력이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다. 생산능력은 글로벌 10위 안에 들 수 있는 규모다. 

크리스탈신소재의 상반기 유동자산에는 매각예정 자산이 475억원으로 잡혀있다. 지난 8월 링바오주관기술집단유한공사를 매각함으로써 재원을 마련했다.

링바오는 크리스탈신소재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펄안료 판매 확대를 위해 2022년 인수했지만, 2년 만에 매각하게 됐다. 허위에룬 총괄이사는 "펄안료 매출 30%가 우크라이나였다"며 "링바오 인수 직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여전히 일부 물량은 상하이 세관에 묶여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보유할 수록 손실이 커져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탈신소재가 직접 생산한 그래핀 샘플. 사진=홍인택 기자
크리스탈신소재가 직접 생산한 그래핀 샘플. 사진=홍인택 기자

현금 활용은 기업 인수합병(M&A)이나 매각에 그치지 않는다. 자사주 매입 등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최대주주인 다이중치우 대표의 지분은 18% 수준이고, 유통물량은 74%에 달한다. 

허 총괄이사는 "코스닥 상장 후 초기에는 현금배당도 해봤지만, 자본 여력과 주가 상승 효과를 고려했을 때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래핀이 미래 먹거리라고 판단해 광산과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금은 자금을 아끼고 있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정해진 것은 없지만, 자사주 매입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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