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본사 전경. 사진=SC제일은행
SC제일은행 본사 전경. 사진=SC제일은행

SC제일은행이 티몬, 위메프 등 큐텐 계열 이커머스사의 낮은 신용등급을 알고도 선정산 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SC제일은행 선정산 대출 잔액은 총 1047억원이다.

이 중 티몬, 티몬월드, 위메프 등 큐텐 계열 이커머스사 관련 선정산 대출 잔액은 1041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SC제일은행이 선정산 대출을 시작했을 당시 잔액은 4000만원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284억1000만원으로 뛰었다. 2024년에는 7개월 만에 750억원 가량 늘었다.

반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선정산 대출 규모를 축소했다. KB국민은행은 2023년 729억6000만원에서 올해 7월말 729억원으로, 신한은행은 2억7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특히 SC제일은행과 마찬가지로 티메프에 선정산 대출을 공급한 KB국민은행은 전체 선정산 대출 중 티메프 관련 잔액이 66억9000만원으로 SC제일은행과 980억원 이상 차이가 났다.

선정산 대출 중 티메프 관련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KB국민은행은 9.2%에 그치는 반면 SC제일은행은 99.4%에 달한다.

문제는 티메프 신용등급이다. 2021년 나이스평가정보와 한국평가데이터는 티몬 신용등급을 B+, CCc+로 평가했다.

이는 각각 '경제 여건 및 환경 악화 시 거래 안전성 저하 가능성 높음’, ‘채무불이행 위험 높음'을 의미한다.

SC제일은행은 내부적으로 티몬, 티몬월드, 위메프 등 큐텐 계열 이커머스사 신용등급을 어떻게 평가했냐는 질문에 "2019년에는 티몬과 기업대출 거래를 바탕으로 10A 등급으로 평가했으며 2020년 티몬이 다른 은행으로 기업여신거래를 옮긴 이후에는 외부 신용등급을 활용했다"고 답했다.

SC제일은행이 티메프 대상 선정산 대출 거래를 본격적으로 늘릴 당시 거래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이미 인지했다는 의미다.

SC제일은행은 "해당 대출 상품은 티몬이나 위메프 등 이커머스 사업자에 여신을 지원하기 위한 상품이 아니라 셀러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기존 고금리로 사용하던 선정산금융 서비스를 KB국민, 신한, SC제일은행 등 1금융권에서 보다 낮은 금리로 지원하기 위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일종의 상생방안 성격을 띄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은 취급 규모가 작고 신한은행은 티메프 셀러 대상 선정산 대출을 제공하지 않아 SC제일은행 판단에 아쉬움이 커진다.

또한 SC제일은행은 "대부분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가 치열한 경쟁과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상당 기간 적자를 감수히고 있는 상환을 감안해 업력 및 업체 현황, 점유율, 정산주기, 매출채권 양도 가능 여부 등을 종합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매출채권양도처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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