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함께 반려가구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1%대에 머무르고 있다. 동물진료 표준 부재로 보험료 산정이 어려운 만큼 최근 수의사법 발의로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펫보험 가입 건수는 10만9088건으로 국내 반려동물 개체수가 799만마리로 추정돼 가입률은 1.4% 수준이다.
현재 손해보험사들은 펫보험 상품을 출시하거나 일부 항목을 수정하고 있다. 반려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잠재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펫보험 최초로 장기보험 상품인 '펫퍼민트'를 지난 2018년 출시한 이후 작년 말 기준 펫보험 시장 점유율 1위(63%)를 차지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반려동물의 치과치료와 아포퀠 등 특정피부약물치료에 대해서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펫블리 반려견·반려묘 보험'을 개정했다.
현대해상은 '굿앤굿우리펫보험'의 보장 대상을 반려묘까지 확대했다. 이물제거 등의 특정처치와 특정약물치료를 보장하는 '반려견의료비확장담보' 역시 신설했다.
이밖에 삼성화재는 반려견 장례 서비스까지 지원하는 '착한펫보험'을 내놓았다.
설립을 앞두고 있는 신생 펫보험전문사들도 있다. 삼성화재가 130억원 이상의 지분을 투자한 펫보험 전문 소액단기보험사 '마이브라운'은 내년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금융위원회에 보험업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파우치의 경우, 올해 초 시드투자를 유치했고, 연내 금융위에 보험업 예비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파우치의 설립자 서윤석 대표는 메리츠화재 출신으로 메리츠화재 재직 당시 국내 첫 장기 펫보험인 '펫퍼민트'를 개발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상품 개발에도 펫보험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가격별 보상이 나쁘다는 인식 때문이다. 동물진료에 대한 표준 진료코드가 없어 동물진료기록부 발급 역시 의무화되지 않고, 진료비 역시 같은 질병이더라도 동물병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보험사들은 기준이 없어 특정 질병에 대한 보험료를 동물병원이 책정한 처방비용의 평균값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런 과정에서 비싼 처방비용을 지불한 반려가구는 보험료를 내더라도 일부 처방비용을 부담해야 되기 때문에 불만이 생기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반려가구 커뮤니티에서도 '보험 가입에 비용을 쓰기보단 적금에 투자한 수익으로 병원비를 지불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이 보험료 책정 기준으로서 필요하다고 주장한 수의사법 관련 발의가 지난달 국회를 오갔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호자 요청 시 진료기록을 열람하고 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수의사법 관련 법안이 발의된 적은 많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법안 통과가 있어야 한다"며 "설령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입증돼야 보험상품에 반영이 가능해, 시차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