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케이뱅크 제공
사진=케이뱅크 제공

가상자산 거래소 간 이용료율 경쟁이 뜨겁다. 당국 개입으로 한 차례 마무리가 됐지만 거래소 이용료율 경쟁에 은행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케이뱅크는 이용료율 발표 당일 한밤중에 추가 협의를 마치며 이용료율 부담이 기존보다 20배 늘었다.

케이뱅크가 상장 준비 과정에서 업비트와 실명 거래 계좌 제휴로 득을 봤지만 결국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았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지난 19일 예치금 이용료율을 발표했다. 발표 당일 거래소 간 이용료율 경쟁도 붙었다.

업비트는 이날 이용료율을 1.3%로 고지했다. 하지만 이후 빗썸이 이용료율을 2.0%라고 밝히자 당일 이용료율을 2.1%로 상향했고 빗썸도 20일 2.2%로 소폭 올렸다.

코빗 역시 이용료율을 1.5%에서 2.5%로 올려잡았다. 빗썸은 23일 이용료율을 4.0%까지 올렸으나 금융당국이 제재에 나서며 2.2%로 마무리됐다.

당시 업비트는 19일 11시 59분에 이용료율 인상을 공시했다. 이용료율은 은행과 협의가 필요한 만큼 업비트와 케이뱅크는 자정 직전 협의를 마쳤다는 후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 운용은 △국채·지방채 매수 △정부·지자체 또는 은행이 지급보증한 채권 매수 △원화표시양도성예금증서 담보 대출 △한국은행 예치 △특수채 매수 △은행채 또는 주택금융공사 MBS 매입 △RP 거래 △은행 예금 가입 등이다.

대부분 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 고객이 예치한 금액을 환매조건부채권(RP)에 투자하고 있다. RP 수익률은 보통 3~4% 대로 예치금을 제외해도 이익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용료율이 기존보다 인상된 만큼 은행 수익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케이뱅크는 산정 이전 이용료율을 0.1% 지급했던 만큼 이자 비용이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고객 예치금은 3조8280억원이다. 2022년(2조8684억원) 대비 9400억원 가량 늘었다.

상반기 불어난 예치금을 차치하더라도 이번 이용료율 인상으로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804억원이다.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보유 고객이 가장 많다. 지난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2023년 가상자산 연계 수수료 부문에서 76.9%의 점유율을 보였다.

그간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지급한 이자율은 0.1%로 알려졌다. 단순 숫자로 따지면 이자비용이 20배 늘어나게 된 셈이다.

이는 케이뱅크 사상 최대 실적인 1분기 순이익 507억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이용료율이 뛴 만큼 케이뱅크는 예치금이 늘어날수록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업비트를 등에 업고 수신 자산은 물론 고객 증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 3월에는 은행연합회 지침을 무시하고 가상자산 입출금 한도 해제 조건을 완화하면서 빈축을 샀다.

이후 케이뱅크는 완화 조치를 취소했으나 당시 금융권에서는 케이뱅크가 IPO를 앞두고 이익 확대에 욕심을 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비트 의존이 결국 케이뱅크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한편 케이뱅크는 연내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며 지난 6월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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