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소통미팅에 참석했다. 사진=케이뱅크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소통미팅에 참석했다. 사진=케이뱅크

케이뱅크가 연내 유가증권시장 진출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하는 가운데 업계는 몸값을 인정받을 만한 강점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외형 확대를 위해 상장을 미룰 수 없는 실정이어서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상장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2년 케이뱅크가 첫 기업공개 당시 제시한 목표 기업 가치는 7조원이다.

케이뱅크는 현재 정확한 목표치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당시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문제는 7조원의 기업 가치는 케이뱅크가 역대 최대 실적을 썼던 2022년에도 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 케이뱅크 기업 가치는 4조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케이뱅크는 출범 직후 대주주 적격성 이슈로 2018년 은산분리 규제에 가로막혀 여러 차례 대출 중단과 재판매를 반복했다. 가장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야 할 출범 초기지만 같은 이유로 자본 확충에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고전하던 케이뱅크는 2021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계좌 설립 협약을 맺으며 성장궤도를 맞았다. 2021년 한 해에만 고객이 219만 명에서 717만 명으로 늘었다.

비이자이익도 크게 늘었다. 2020년 9억3200만원에 그친 수수료수익은 2021년 292억4500억원으로 최대치를 거뒀다. 이에 힘입어 실적도 뛰었다. 2022년 케이뱅크는 사상 최대 실적인 836억원의 당기 순익을 시현했다. 2021년 225억원 대비 272%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3분기 순익은 13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56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충당금이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지난해 3분기 케이뱅크가 쌓은 충당금은 630억원으로 전년(321억원)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이를 두고 케이뱅크는 중저신용대출 비중 확대 등 포용금융 실천에 따른 연체율 증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케이뱅크 중저신용자 비중은 29.1%로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가장 낮았다. 케이뱅크의 작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는 32%다.

지난해 충당금 적립은 늘었지만 건전성 지표는 꾸준히 꼬꾸라졌다. 지난해 3분기 전체 연체율은 0.9%로 한 분기 만에 0.14%p 올랐다. 중저신용자 연체율은 4.13%로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익 확대를 위한 방안은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 업비트와 제휴는 4년째 유지 중이지만 오히려 너무 높은 의존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케이뱅크에 예치된 업비트 고객 수신액은 3조909억원으로 전체(17조1597억원)의 18%다. 카카오뱅크,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가상자산 거래소와 손을 잡은 다른 은행은 각각 0.4%, 0.02%, 0.2%로 매우 낮다.

은행권에선 "케이뱅크가 업비트 사금고로 전락했다"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2022년 기준 케이뱅크가 업비트 고객에게 내준 대출 규모는 4조9488억원이다.

가상화폐 열풍에 '빚투' 우려가 심해지며 정치권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트의 업비트 쏠림을 두고 "인식하고 있다"며 "정밀 파악 후 금융위원회나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이렇듯 논란은 커졌지만 업비트 광풍은 빛이 바랬다. 스타트업 성장분석 플랫폼 '혁신의 숲'에 따르면 케이뱅크 실명계좌 서비스 출시 당시 954만 명을 넘었던 업비트 트래픽은 2022년 392만 명까지 떨어졌다.

이와 함께 비이자이익도 139억2000만원으로 2021년 대비 절반 이상 깎였다. 지난해 말 기준 업비트 트래픽은 438만 명 남짓으로 2022년보다 늘었으나 전성기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금융권에서는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큰형님 격이지만 경쟁력은 가장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이달 고객 수가 이달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출범 시기가 비슷한 카카오뱅크 고객 수는 지난해 9월 2000만 명을 넘겼고 가장 늦게 영업을 개시한 토스뱅크는 올해 1월 900만 고객을 돌파하며 케이뱅크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여수신 잔액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뱅크가 각각 37조1000억원, 45조7000억원의 여수신 잔액을 보유했고 토스뱅크가 11조2000억원, 2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케이뱅크는 여신 잔액은 12조8000억원으로 토스뱅크를 앞질렀으나 수신잔액은 17조2000억원으로 부진했다. 토스뱅크가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수익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수신 잔액을 늘려야 하지만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목표 대출 잔액을 4조원 대로 올려잡았으나 케이뱅크는 2조5000억원으로 미진하다.

대출을 늘리기 위해선 자본 조달이 필요하다. 케이뱅크가 성장과 수익성을 증명할 수 없어도 IPO에 매달리는 이유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1조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중 7250억원은 조기상환청구권이 붙어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조기상환청구권이란 일정 기간까지 상장하지 못하거나 케이뱅크에 중대 과실이 있는 경우 재무적투자자가 투자금 회수할 수 있는 권리다. 케이뱅크의 경우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재무적투자자가 조기상환청구권를 가진 7250억원은 상장과 동시에 케이뱅크 자기자본으로 편입된다. 상장 이전 추가 투자 유치로 자본을 키워 여신과 수익성을 확대할 수 있다면 몸값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은행권 지적대로 케이뱅크는 다른 인터넷은행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조기상환청구권' 꼬리표를 뗀 자기자본 취득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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