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증권이 퇴직연금 시장 지위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계열사 적립금 비중을 꾸준히 줄이면서도 시장 영향력은 놓치지 않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종합연금포털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올해 1분기 기준 퇴직연금(DB, DC, IRP) 적립금 규모는 16조3804억원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전년 말 대비 4.5% 증가했다.
DB형만 놓고 보면 압도적인 1위다. DB형 적립금은 14조2620억원으로 2위인 한국투자증권(7조462억원)의 2배를 넘어섰다.
퇴직연금에 가입해야 하는 기업들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큰 곳을 선호한다. 금융사의 적립 규모가 클 수록 기금이 안정적이고, 낮은 비용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증권의 DB형 총비용부담률은 2020년(적립금 13조6578억원) 0.26%에서 지난해 기준 0,22%까지 낮아졌다. 적립금 규모가 늘어난 만큼 비용도 감소한 셈이다.
특히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받았던 자사 계열사 비중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그룹 계열사를 통해 적립금 규모를 손쉽게 늘린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개선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계열사 비중은 77.3%로 지난해 말 78.9%에서 1.6%포인트 낮아졌다. 2022년 말에는 80.2%였으나 지난해 상반기에 80%대 벽을 허물고 70%대에 진입했다. 사업 초기인 2014년 87.9% 대비 10% 이상 감소한 수치다.
개인IRP 적립금 비중이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개인IRP 적립금 규모는 7058억원으로 전체 적립금 중 5.8% 수준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1조7007억원까지 확대되며 10.4%까지 비중을 끌어올렸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비계열사에 대한 영업 강화를 통해 운용관리 계열사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과제로 남았다. 올해 1분기 DC형 원리금 비보장 최근 1년 수익률은 14.56%를 기록하며 증권사 중 2위를 차지했지만, DB(7.57%)나 IRP(11.68%)에서는 타사에 다소 밀리는 모습이다.
다만 현대차증권의 자본 순위를 고려하면 DB나 IRP 수익률이 크게 뒤쳐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적립금 비중이 가장 큰 DB는 원리금 보장 10년 수익률이 2.27%로 현대차증권보다 자본 비중이 큰 중형 증권사들보다도 높다.
현대차증권은 DB형 적립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인프라와 사업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신상품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등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IPS컨설팅 전담인력을 늘리고 전문화하고 있다. 외부자문기관과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자산운용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분기·반기·연간 단위 수익률을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등 고객사 관리를 통해 적립급 수익률 제고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