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메이드 창업자 박관호 의장이 경영쇄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장현국 전 대표가 주도한 '위믹스' 블록체인 사업을 축소하고, 검증된 지식재산(IP)을 통한 매출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사법 리스크로 번진 '미승인 가상 사업자' 논란과 확률조작 이슈는 쇄신에 걸림돌이 될 여지가 많아 당면과제로 꼽힌다.
위메이드는 올해 1분기 매출액 1613억원, 영업손실 376억원, 당기순손실 59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8% 증가했다. 3월 글로벌 출시한 '나이트크로우'의 흥행으로 해외 매출은 전분기 대비 약 334% 늘었다. 영업이익은 적자 폭이 줄었으나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순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위메이드에 따르면 나이트크로우는 글로벌 출시 3일만에 매출 1000만 달러를 달성했으며, 최고 동시접속자수는 40만명을 돌파하는 등 각종 지표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왔다.
하지만 견조한 매출 성과에도 수익성은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글로벌 출시에 앞서 지급수수료 등의 영업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위메이드의 올해 1분기 영업비용은 19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4% 늘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선택과 집중'
경영일선에 복귀한 박 대표는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힘쓰는 모습이다. 높은 영업비용의 원인인 외주 개발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이 낮은 게임을 순차적으로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취임 직후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에 온보딩 된 일부 게임의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대표 MMORPG 중 하나인 '미르M: 뱅가드 앤 배가본드(이하 미르M)'의 국내 서비스 또한 연내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다.
반면 '미르M'의 중국 진출은 정상 진행될 예정이다. 미르 IP가 중화권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열혈전기'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출시됐던 '미르의 전설2'은 2000년대 초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여전히 높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내 '미르' IP 시장 규모는 연간 9조원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12월 '미르M'의 중국 외자판호(서비스허가권)를 취득했으며, '모광쌍용(暮光双龙)'이라는 현지 서비스명으로 중국 출시를 준비 중이다. 또 위메이드는 미르 IP를 계승한 또 다른 게임 '미르4'의 중국 출시도 추진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아직 미르4에 대한 외자판호를 발급받지 못했으나, 현지 퍼블리셔와 계약을 조율하는 등의 출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 IP 기반 게임의 중국 출시는 상당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투자증권 윤예지 연구원은 "위메이드가 매년 1000억원의 라이선스를 수취한다는 것은 매년 중국에서 미르 IP 활용 게임에서 조 단위 매출이 발생하고 있음을 증명한다"라며 "미르M과 미르4는 연내 중국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순매출로 대부분 이익이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걸림돌 될 사법 리스크, 게임 사업에 영향 미칠까
위메이드는 최근 가상화폐 지갑 서비스 플레이월렛의 국내 IP 접속을 차단하고 한국어 지원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메이드 측은 서비스 종료에 대한 이유를 밝히진 않았으나, 관련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회피 의혹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여파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거래소 '피닉스 덱스(PNIX DEX)'와 지갑 서비스 플레이월렛의 미신고 영업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또한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로부터 '미신고 의심 가상사업자 정보'를 받고 '피닉스 덱스'와 '플레이월렛'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지갑이나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해야 한다.
위메이드는 앞서 입장문을 내고 피닉스 덱스와 플레이월렛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위메이드 측은 "위믹스팀이 제공하는 모든 지갑 서비스는 탈중앙화 지갑 서비스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월렛팀은 개인 암호키 등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라며 "지갑에 보관된 자산에 대한 수탁이나 운용에 대한 관여가 기술적으로 원천차단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대상 서비스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의혹은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사업을 지휘한 장 전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 배경으로 지목됐다. 장 전 대표는 앞서 급여 전액을 가상화폐 '위믹스'를 매입하는 데 투자할 정도로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전환에 앞장서왔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장 전 대표의 사임은 지닥 상장폐지와 맞물리며 가상화폐 위믹스의 시세가 약 40%까지 폭락하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가상화폐와 관련된 사법 리스크는 위메이드의 게임 사업과도 무관하지 않다. 나이트크로우 글로벌 버전에도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해당 게임은 '크로우(CROW)' 토큰을 핵심 자산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는 위믹스 달러로 교환할 수 있다. 즉 기축통화인 위믹스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 나이트크로우의 글로벌 장기흥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위메이드는 나이트크로우의 아이템 확률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위메이드는 아이템 확률 공개 개정법 시행 7일 만에 잘못 기재된 아이템 확률을 정정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확률 정보가 잘못 표기됐던 아이템은 '조화의 찬란한 원소 추출' 등으로, 일부 아이템은 기존 안내 확률과 실제 적용 확률이 두 배 이상 차이 나기도 했다.
위메이드 측은 이에 대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웹사이트 내 확률 정보 등록 시의 실수로 인한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확률을 조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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