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마블이 그간의 침체기를 벗어나 서서히 기지개를 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내 출시하는 신작만 4종에 이르며, 내달 출시 예정인 신작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이미 사전 예약자 12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기대치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1조원이 넘는 단기 차입금으로 인한 재무 부담은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넷마블은 지난해 2조5020억원의 매출과 6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9월 출시한 '세븐나이츠 키우기'의 흥행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손실 폭은 감소했으나, 2년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또 넷마블은 지난해 303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는 지난해 4분기 보유자산 매각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법인세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넷마블의 4분기 법인세 지출 규모는 1950억원에 이른다.
'아스달 연대기'·'나 혼자만 레벨업' 등 높은 신작 기대치

넷마블은 지난 24일 출시한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이하 아스달 연대기)'을 시작으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이하 나 혼자만 레벨업)'과 '레이븐2'를 각각 5월 초와 말에 출시할 예정이다. 복수의 신작 출시를 통해 2년간 이어진 적자 고리를 끊고, 연간 흑자로 나아가겠단 계획이다. 특히 하반기 출시한 '세븐나이츠 키우기'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만큼, 신작 출시를 통한 상승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넷마블이 올해 첫 타자로 앞세운 신작은 PC·모바일 MMORPG 아스달 연대기다.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아스달 연대기는 아스달·아고·무법세력이 아스 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대규모 권력 투쟁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넷마블과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시즌2부터 게임 제작에 돌입했으며, 드라마의 핵심 세계관을 배경으로 게임 고유의 창작 지역과 인물, 스토리 등을 더해 세계관을 확장했다.
29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아스달 연대기는 지난 29일 오후 1시42분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9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10위를 달성하며 긍정적인 초기 흥행 지표를 보이고 있다.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는 일주일 치 누적 매출을 기준으로 집계하기에, 향후 매출 순위가 상승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또 넷마블에 따르면 아스달 연대기의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이 PC 플랫폼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25~27일 총 4개의 신규 서버를 추가로 오픈했다.
내달 8일 출시 예정인 나 혼자만 레벨업 또한 흥행 기대치가 높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글로벌 누적 조회 수 143억회를 기록한 동명의 노블 코믹스의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넷마블에 따르면 이 게임의 글로벌 사전 예약은 지난 3월19일 시작됐으며, 한 달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120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국내 TV 채널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공개돼 출시 전부터 높은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애니메이션은 공개 직후 북미 최대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플랫폼인 크런치롤의 서버 불안정을 야기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지난달 넷플릭스에서는 '귀멸의 칼날'을 누르고 애니메이션 트랜드지수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해결 과제인 1兆 차입금
지난달 넷마블은 4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에 나섰다. 지난해 발행한 기업어음(CP)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넷마블의 회사채 발행은 2020년 10월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이다.
지난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넷마블은 지난달 7일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넷마블이 지난 2월26일 진행한 2000억원 규모 공모채 수요예측에서는 2년물 1080억원, 3년물 143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넷마블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을 세웠고 모집액은 이에 미치지 못했으나, 최종적으로 2년물 2500억원, 3년물 1500억원으로 모집 규모를 늘린 것이다.
넷마블은 조달한 재원을 모두 채무상환자금에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넷마블의 순차입금 규모는 1조3331억원으로, 1년 안에 상환 시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도 1조3114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지난 2021년 글로벌 소셜 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 인수를 위해 하나은행 등으로부터 조달한 약 1조6000억원에 이르는 인수금융이 포함돼 있다.
넷마블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2023년 말 기준 55.9%로, 차입금 의존도는 23.3%를 기록하고 있다. 현금성자산 규모는 50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2% 감소한 상황이다.
넷마블은 조달한 재원을 모두 채무상환자금에 사용할 예정이다. 공시에 따르면 넷마블이 이달 6월까지 상환할 CP는 4600억원 규모로, 이미 3월과 4월에 각각 1100억원·2000억원의 CP가 만기됐다. 넷마블은 차입금 상환을 위해 지난해 11월 하이브의 지분 250만주를 5235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차입금 상환을 위해 보유 중인 엔씨소프트 지분(8.88%)과 하이브 지분(18.08%)을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현 시점에서 엔씨와 하이브의 지분 판매를 검토하는 것은 뼈아픈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실적 부진과 신작 흥행 실패가 이어지며, 3년 전 100만원을 넘겼던 주가가 2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하이브 또한 최근 경영권 다툼 논란으로 시가총액이 1조원 넘게 증발했다.
이에 넷마블은 관계자는 "기존 차입금을 저금리로 대환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나갈 예정"이라며 "엔씨소프트나 하이브 주식 관련해서는 처분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편 넷마블은 최근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A+과 '부정적' 등급 전망을 부여받았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년 11월 보유 하이브 지분 일부 매각을 통해 차입금 일부를 상환함에 따라 2023년 말 순차입금은 3분기 말 대비 감소했으나, 영업 현금창출력이 단시일 내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산된다"라며 "스핀엑스 인수대금 단금 지급 및 제2사옥 관련 자금집행 등 투자자금소요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보유자산 매각 등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차입부담을 감축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