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사진=코리안리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사진=코리안리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50여일 앞둔 가운데 국내 유일 전업 재보험사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코리안리에서 여성 상근 임원이 여전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는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보험산업 근본 취지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코리안리의 여전한 '유리천장' 분위기가 드러나 능력보다 성별이 우선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표도 동시에 달렸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상금 임원 중 여성은 없다.

특히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단 한 차례 비상근 여성 임원도 없었는데 2022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비상근 여성 임원을 임명하면서 그럴듯한 모양새만 갖췄다는 평가다.

현재 코리안리의 여성 임원은 비상근 사외이사 1명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와 코리안리 임직원의 임금 등을 책정하는 보수위원장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안리는 재보험 시장 절반가량의 점유율을 보여 업권이 다르더라도 여성 전문 보험사로 거듭나고 있는 한화손해보험 등에 비춰봤을 때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여성들이 기업 고위직에 포진되는 건 매우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고위직에 여성 임원들이 있다면 차별, 성추행, 성폭행 등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양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은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에 의심을 받는다"며 "차별이 있다는 것은 결국 구성원의 잠재력을 골고루 뽑아 쓰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차별을 없애려는 노력 중 가장 큰 것이 성별의 격차를 넘어서는 것이고 이러한 것들이 결국 기업과 잠재력을 성장시키는 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성 경제단체 관계자도 "기업의 성장과 경제의 다양성 발전 측면에서도 여성 임원의 확대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코리안리는 여성 실무진 비율을 토대로 앞으로 여성 임원이 탄생할 가능성이 주목된다는 설명을 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여성 관리직 비율은 2020년 14%에서 2021년 16%, 2022년 17%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며 "실무직을 놓고 보면 2022년 기준으로 46%에 근접해 근무 연차가 경과하면서 실무직이 관리직이 된다면 내 여성 비율이 자연스럽게 상승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30세 미만의 여성 직원 비율이 48%로 높게 나타났고 30~50세 미만에서도 여성 비율이 34%로 높게 나타나 앞으로 여성 임원의 비율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코리안리는 이런 상황과 더불어 여성과 남성 직원 임금과 근속 기간도 차이가 났다. 코리안리의 남성 직원은 2022년 기준 275명으로 평균 임금은 1억7500만원으로 공시됐다. 반대로 여성직원은 134명으로 평균 급여는 1억2100만원에 불과해 남성직원과의 임금 격차는 평균 5400만원으로 벌어졌다.

이는 보험업계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가장 큰 남녀 직원 임금 격차다. 여기에 더해 평균 근속 연수도 남성직원 10년 5개월에 비해 여성직원은 9년 2개월로 차이가 났다.

이를 두고 허민숙 조사관은 "성별 임금 격차는 사실 여러 가지 원인이 나오기는 하는데 이미 성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며 "경력 단절을 이유로 승진이 되지 않고 승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예측되기 때문에 좌절해서 그만두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가지 해답만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며 "해결을 위해 기업 내부에서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코리안리 관계자는 "남여 평균 임금 차이 이유는 최근 특정 직군에서 신규채용이 지속 증가했는데 해당 채용의 합격자 대부분이 여성이었다"며 "여성 신입 직원이 크게 증가해 남여 임금 차이가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코리안리는 복리후생제도를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과 더불어 출산을 지원하고 있다"며 "난임치료비실비지원, 다자녀 출산 경조금을 지원하고 있고 2022년에는 가족친화 기업으로 인증받은 만큼 여성 직원에 대한 처우 개선엔 더욱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코리안리의 이런 유리천장 의혹이 실질적인 성과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는 점이다.

코리안리는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2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 감소했고 직전인 2분기와 놓고 보면 83%가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1조71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2.4%가 급감했고 영업이익 역시 263억원으로 42.4%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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